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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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화(民話)란 무엇인가
머리말 (장 득 희) 예나 지금이나 한국사람들은 그림을 무척 좋아했다. 고려 때부터 한국사람들은 다투어 그림 받기를 바랬다. 좋은 그림을 얻으면 잠을 못 자고 기뻐했다. 그림 한 폭을 금, 은처럼 귀하게 여겼다는 기록이 여러 곳에서 보인다. 한국 사람들은 이미 삼국시대로부터 궁전, 사찰, 민가는 물론 무덤 속, 가구, 옷가지에 까지 그림을 그려 넣었다. 옛날에는 집안의 벽뿐만 아니라 대문간, 광, 부엌문, 문장, 벽장문에 많은 그림을 붙였다는 사실은 짐작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민화의 개념, 기원, 특징과 변천의 문제 등 민화의 연구나 이해와 관련하여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기본적인 문제들을 대강 짚어 보고자 한다. 1. 민화의 개념 민화란 무엇인가. 또는 민화를 어떻게 정의 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는 그 동안 민화 애호가 들에 의해서 다양하게 제시된 바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화의 개념이 또렷하게 정립이 되어 있다고 생각되지는 않는다. 대체로 민화로 분류되는 작품들을 보면 크게 두 가지로 나뉘어 진다. 하나는 떠돌이 서민(庶民)화가가 서민들을 위해서 그린 각종 그림들이고 다른 하나는 궁중에서 전통(傳統)성과 인습(因習)성을 강하게 띠고 제작된 작품들이다. 먼저 서민들을 위해 서민화가에 의해서 그려진 그림들은 작가가 알려져 있지 않고 연대가 확실하게 밝혀져 있지 않은 것이 공통적 특징이다. 궁중에서 사용되었고 그림공부를 한 화원들에 의해서 그려졌지만 정통회화보다는 민화로 분류되는 것들이 있어서 민화의 개념에 큰 혼란을 야기시키고 있다. 그러한 예로는일월오봉병 이나 십장생도를 비롯하여 궁중에서 사용되던 각종 그림들을 들 수가 있는데 이들은 비록 궁중에서 사용되고 훈련된 화원들에 의해서 그려졌다고 하더라도 화가나 제작연대가 밝혀져 있지 않고 전통성이나 인습성이 유난히 두드러지기 때문에 정통회화로 분류되기보다 지금처럼 민화로 분류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조선시대 궁중을 중심으로 계승된 전통성과 인습성이 두드러진 회화를 민화로 분류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민화는 서민대중을 위해서 서민화가들이 그린 그림과 뿌리깊은 인습성을 지니면서 훈련된 화원에 의해 궁중용으로 그려진 것 등 두 가지 부류로 대별된 다고 하겠다. 지금까지 혼란을 야기시키는 민화의 개념을 일단 이처럼 정리해볼 수 있을 것이다. 2. 민화의 분류 민화가 담고 있는 내용과 다룬 주제는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법으로 분류를 해 볼수 있다. 종래의 민화 애호가나 연구가에 의해서도 여러 차례 다양하게 분류가 된 바 있지만 그 분류법들이 나름대로 다위성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미술사적인 측면에서는 체계적으로 정리된 것이라고는 보기 어려운 점들이 있다. 그러므로 종래의 분류법을 존중하면서도 민화의 분류를 새롭게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특히 민화가 미술사의 체계내에서 다루어지려면 정통회화의 분류법을 따르고 참고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즉 종래의 민화를 기능이나 역할, 특성 등에 의해서 분류하던 것을 벗어나 주제나 내용에 의해서 정통회화의 분류법을 따라 나누어보는 것이 필요하다.따라서 민화는 산수(山水)화, 인물(人物)화, 영모화또는 동물(動物)화, 화조(花鳥)화, 어해(魚蟹)화 그리고 책거리 그림, 문자(文字)도 등으로 대별해보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특히 민화의 독자성이 강한 책거리 그림이나 문자도 역시 정통회화와 무관한 것은 아니지만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는 모두 정통회화의 분류법에 따라 산수화, 인물화, 영모화, 화조화, 어해화에 큰 무리 없이 포함될 수 있다. 민화가 독자적으로 발전할 것이 아니라 정통회화에서 파생되어 변화 되거나 또는 정통회화의 깊은 연관성을 맺으면서 전개되었던 것이기 때문에 정통회화의 분류법에 따라 민화를 분류해보는 것이 앞으로 연구를 보다 체계화하는데 도움이 되리라 본다. 3. 민화의 기원 민화가 언제부터 제작되기 시작했느냐 하는 문제 즉, 민화의 기원에 대해서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다. 일부 민화애호가들 사이에는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민화의 기원을 찾는 경우도 있으나. 대체로 18세기 이후에 발생한 것으로 보는 것이 지배적이다. 그런데 민화의 기원문제는 민화를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달라질수가 있다. 궁중에서 그려진 그림이라고 하더라도 전통성과 인습성이 강한 그림을 민화로 분류한다면 그 기원은 삼국시대의 고구려 고분벽화로 거슬러 올라갈 수도 있을 것이고, 민중을 위해서 서민화가에 의해서 그려진 그림을 민화라고 한다면 그 기원은 시대가 훨씬 더 내려갈 수도 있을 것이다. 고구려 고분벽화는 대개 왕이나 귀족들을 위해서 당시의 대표적인 화가들이 그린 것이기 때문에 서민 대중을 위해서 서민화가들이 그린 그림이라고 볼 수는 없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고구려 고분벽화는 민화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민화가 정통회화에서 파생된 사실을 전제로 한다면 민화의 기원문제는 고구려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볼 소지도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의 호랑이 그림과 용 그림의 기원을 고구려 사신(四神)도로 거슬러 올라가 볼 수 있는 것은 그 좋은 예라 하겠다. 이처럼 민화의 기원문제는 논란의 여지를 많이 지니고 있으며 함부로 단정하기에는 상당히 조심스럽고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을 부인하기 힘들다. 그러나 역시 민화를 대표하는 것이 민중을 위해서 서민화가들에 의해서 그려진 그림들이라고 한다면 민화의 기원문제와 관련해서 유념할 사항이 하나 있다. 그것은 고급문화와 서민문화 또는 민중문화의 구분이 언제 가장 뚜렷해졌는지 살펴보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사에서 고급문화와 서민문화 , 중앙문화 와 지방문화의 구분이 어느 때보다 뚜렷해진 시기 고려시대라고 할 수 있다. 고려 이전시기의 역사시대 미술은 지배계층 즉 상류층을 위해서 그려지거나 만들어진 것이 대부분이고 서민대중을 위한 미술의 비중이 대단히 낮았다. 그러나 고려시대가 되면 지배계층과 피지배계층, 고급문화와 서민문화, 중앙문화와 지방문화의 구별이 뚜렷해지고 있어서 민화의 기원문제와 관련해서도 고려시대와 같은 시기를 유념할 필요가 있다. 조선시대에 들어오면서 이러한 고려시대의 전통이 계승되었다고 생각되나 남아 있는 작품이 희소하여 조선초기에도 민화가 존재했다고 주장하기는 어렵다.그러나 고려시대 문화의 전통이 계승되었던 그 시대에도 민화가 그려졌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조선중기에는 용호도가 많이 그려졌는데 이러한 그림 가운데 일부는 명백하게 조선후기의 호작도에 보이는 호랑이 그림과 상통하는 예들이 있다. 조선후기의 호랑이 그림의 전통이 아무리 늦어도 조선중기 용호도로 거슬러 올라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조선중기의 용호도가 철저하게 수묵으로만 그려진데 반해서 조선후기 그림은 보다 강한 색채를 동반하고 있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다시 말해 조선중기 호랑이의 그림이 조선후기에 이르러 서민화가들에 의해 더 변화되고, 채색이 적극적으로 가해짐으로써18세기적인 민화로서의 호작도로 변화된것이라 생각된다. 즉, 조선중기의 수묵화가18세기에 채색민화로 변화되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민화의 기원이 적어도 18세기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측면에서 불 때 민화가 18세기에 갑자기 등장한 것으로 보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판단이 된다. 따라서 민화의 기원문제는 18세기 이전의 훨씬 이른 시기에서 찾아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 4. 민화의 기능과 역할 민화의 기능과 역할은 그것이 필요로 했던 시대의 생활과 연관시켜 생각해보지 않을 수 없다. 민화는 회화이면서 전통회화에 비해 생활미술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다. 민화의 소재들은 순수감상을 위한 것들도 있긴 하지만, 그 이외의 기복(祈福)축사(逐邪), 벽사(벽邪)진경(進慶), 권선징악(勸善懲惡)과 같은 기원이나 소망,그리고 민간신앙이나 종교적인 측면을 강하게 띠고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효(孝), 제, 충(忠), 신(新), 예(禮), 의(義), 염(廉), 치(恥)의 여덟글자로 이루어진 문자도를 보면 일상생활의 도덕이나 윤리규범이 담겨있고, 책거리 그림에는 학문존숭의 뜻도 내포되어 있다. 특히 문자도는 당시 서민대중을 유교적 도덕관으로 교화시키는데 상당한 역할을 하였다고 생각된다. 값싼 가격으로 대량보급이 가능했던 문자도는 서민사회를 유교적 도덕이나 윤리속에 질서 있게 유지 될 수 있도록 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고 믿어진다. 그리고 모란꽃이나 알을 많이 낳는 물고기와 게, 그리고 백동자등이 많이 그려진 것은 부귀영화나 부귀다남, 자손번성 같은 민간의 소박한 염원을 적극적으로 표출된 결과이다. 이렇게 볼 때 민화는 우리 선조들의 꿈과 사랑, 도덕과 윤리. 신앙과 종교, 학문존숭 등의 내용을 표현하는 다양한 기능과 역할을 지니고 있었음을 엿볼 수 있다. 이 외에도 민화가 지니고 있는 무엇보다도 중요한 기능은 장식의 역할이라고 생각된다. 민화는 대개 화려한 채색과 뛰어난 장식성을 지니고 있음이 확인된다. 특히 산수, 인물, 영모, 화조등 다양한 주제의 그림들 중에서도 현재 남아있는 민화의 절대 다수의 화조화로 이루어진 것을 보더라도 민화의 장식적 기능이 대단히 컸던 것을 알 수 있다. 물론 화조화에서도 서민 대중이 바라는 소박한 소망과 기원이 담겨져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와 함께 장식적인 면에서도 매우 큰 역할을 했음이 분명하다. 이처럼 민화는 정통회화보다도 우리 선조들의 소망과 염원의 다양한 측면을 훨씬 더 뚜렷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측면에서도 민화는 정통회화 못지않게 중요한 기능과 역할을 하였다고 판단된다. 5. 민화의 특징 민화가 가지고 있는특징을 간단히 정의하기란 쉽지 않다. 그 양상이 다양하기 때문이다.우선 정통회화와 깊은 연관을 맺고 있어서 정통회화의 특징과도 상호 밀접한 관련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된다. 그러나 약간의 위험성을 무릅쓰고 굳이 이야기한다면 민화야말로 우리 선조들이 지니고 있던 천진성이나 해학성을 두드러지게 나타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표현방법이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측면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단순성들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어, 민화에서는 비단 단순성만이 아니라 주제나 내용, 표현방법 등 여러 측면에서 집합적으로 볼 때 다양한 양상을 지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다양성이 앞에서 언급한 몇가지 성격과 함께 민화를 더욱 풍요로운 문화유산으로 보배롭게 한다. 그리고 정통회화에 비해서 채색이 특히 강하고 장식성이 두드러진 것을 부인할 수가 없다. 조선시대의 회화는 유교사상이나 유교미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아 수묵 담채가 기본을 이루고 있었던 것에 비해 서민 대중사이에서 유행한 그림, 또는 궁중의 인습적 그림에서는 강한 채색을 지니고 있어서 큰 대조를 보여준다. 따라서 한국회화에서는 채색을 중시하지 않았다고 하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고 볼 수가 있다. 강한 채색 중에서도 산수화에서는 청록산수의 전통이 강하게 전해서 내려온 것을 볼 수 있고 모란꽃 그림 같은 데에서는 밝고 선명한 붉은색이 주조를 이루고 있어 정통회화의 화조화에 비해 대단히 장식성이 강하고 강렬한 한국적 특성을 꾸밈없이 나타낸다는 점이 주목된다. 민화의 색채는 우리의 색채감각이나 미의식을 파악하는데 가장 좋은 참고자료가 된다. 6. 맺음말 : 민화의 의의 민화는 매우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며 정통회화 이상으로 한국적 특성을 강하게 드러내고 있다는 점에서 그 의의는 대단히 크다고 볼 수 있다. 정통회화가 교육받은 사람의 세련된 말씨에 비유될 수 있다면 민화는 순박한 농부의 투박한 말씨에 비유될 수 있을 듯하다. 논리정연하거나 조리 있지는 않지만 농부가 불쑥 던지는 말 한마디에 생활에서 우러나온 지혜와 진리가 진솔하게 담겨있는 경우가 많은 것처럼 민화는 우리의 민족성과 문화적 특성을 가식없이 드러내 준다. 또한 민화는 서민대중의 생활과 염원을 드러내고 문화적 성격과 독창성을 반영하고 있다는 점에서 회화로서의 가치뿐만아니라 당시 역사 문화와 관련하여 대단히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18세기 이후의 민화와 관련하여 한가지 더 유념할 사항이 있다. 당시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우끼요에라는 풍속판화가 크게 유행을 하여 서민의 회화적 욕구를 충족시켰던 것에 비해 우리 나라에서는 민화가 그러한 역할을 하였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일본에서는 우끼요에가 판화로 대량 제작되어 보급되었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민화가 그림을 필요로했던 서민대중을 위해서 직접 따로따로 그려졌다는 것이 큰 차이라 할 수 있다. 이것은 우리 나라와 일본 서민대중의 취향 차이를 잘 대변한다고 생각된다. 즉, 우리는 대량생산 판화보다는 나만이 가지게되는 실제의 그림을 더 강렬히 요구했던 것을 엿볼 수 있다. 한가지 상통하는 것은 일본의 우끼요에 판화나 우리 나라의 민화는 각각 자기 나라의 색채감각이나 미의식을 전형적으로 대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밖에 현대와 관련해서 한 가지 더욱 더 유념할 일은 일본은 유끼요에 판화를 발전시켜 일본문화를 서구열강에 널리 소개하고 일찍부터 지일 또는 친일 세력을 형성함으로써 국가발전에 큰 힘을 서방으로부터 얻을 수 있게 되었으며 아울러 판화기법을 현대의 출판기술로도 연결시켜 현재 세계적 출판국으로 발돋움하는 토대가 되었던 데에 비해서, 우리는 아쉽게도 민화를 위시한 미술문화의 전통을 현대로 제대로 계승 발전시키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점은 도자기나 금속공예 등 다른 전통 미술문화에서도 찾아볼 수 있는 사실로서, 앞으로 우리 전통문화 계승 발전과 연관하여 크게 유념해야 할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은 결코 견강부회나 침소봉대가 아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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