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
|
한국의 꽃담
合-1996 여름호 (주 기린산업) 한국의 꽃담 뛰어난 미적감각과 그곳에 배어 있는 철학적 사고의 능력은 우리민족이 수준 높은 문화 민족임을 알게 해주며 세계에서 가장 으뜸인 담을 갖게 하였다. 한국만큼 담을 아름답게 꾸미는 민족도 없다. 뛰어난 창작력으로 다양한 장식의 담장이 만들어져 왔다. 규모를 갖춘 궁궐이던, 양반 귀족이건, 초가삼간에 기거하는 서민이던 간에 아름답게 꾸미려는 생각과 감각은 같았다. 무엇을 어떻게 만들려 할 때는 많은 궁리를 하게 된다. 이러한 생각은 까닭없이 하는 수는 없다. 생각의 바탕은 관습이나 사상, 종교를 비롯한 민족적 기반 위에서 우러나오게 마련이다. 그래서 이러한 사고는 풍부한 경험이 함축될 때 풍요해지고 민족적인 특성을 갖게 된다. 흔히 우리는 우리문화의 바탕에 중국적 요소가 다분하다고 말한다. 그렇다면 우리 담보다 더 다양하고 아름다운 담들이 중국에 있어야 한다. 그러한 생각으로 중국에 여러번 다녀왔다. 그러나 우리 담만큼 정제된 아름다움과 세련된 감각의 담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것은 중국과 한국이 기본적으로 사고체계를 달리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그러므로 한국문화가 중국문화권안에 있다는 것은 심히 왜곡된 부분이다. 오히려 고구려의 세련된 문화가 중국문화의 기저인 요나라에 영향을 주었다고 봄이 타당하다. 수리 사고체계만 보더라도 중국은 2진법을 쓰는데 비해 한국에서는 청, 지, 인에 기반한 삼황과 오제의 3진법을 기초로 하고 있다. 꽃담은 붉은 색과 검은 색 벽돌을 이용하여 각종의 문양을 만든다. 일반민가에서는 따로 벽돌을 만들어 사용할 수 없었기 때문에 기와편을 이용하여 나름대로의 문양을 연출하였다. 문양은 기하학적으로 추상화한 것, 문자를 도형화한 것, 학이나 거북 등으로 서수를 새긴 것 등이 있다. 이러한 문양들은 대개 오복(五福)과 장수(長壽)에 관련된 내용들이다. 창덕궁 인정전 뒤쪽의 화계에 만들어진 곡담에는 벽돌로 쌓은 담의 중간중간에 화강석을 둥글게 다듬어 박았다. 상하로 유선형을 이루며 박아 놓았다. 담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주는 구조적인 역할도 한다. 이를 일월성진(日月星辰)문양이라고 한다. 즉, 하늘과 같이 해와 달과 별이 총총하다는 의미이다. 삼국시대부터 이러한 문양은 사용되어 왔다. 아울러 많이 사용되는 것이 거북이 등문양처럼 육각형이 연속되어 있는 장식이다. 석쇠무늬라고도 부른다. 석쇠는 생선이나 고기를 구워먹는 살림도구이다. 고기가 빠지지 않도록 그물코를 엮듯이 한 일종의 망이다. 가루를 치는 체도 마찬가지로 잡귀가 통과하지 못하도록 짜여진 망이다. 그래서 체나 가시돋힌 홰나무나 이런 석쇠무늬가 모든 잡귀를 막는다고 믿었다. 잡귀는 사람들이 행복해지는 것을 보지 못하는 심술꾸러기다. 오복을 누리고 장수하기 위해서는 잡귀를 막아야 했다. 담에 배설된 각종 벽사문양은 집안으로 접근하는 잡귀를 막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창덕궁 상량정 앞의 꽃담에는 사고석 담 위에 벽돌을 이용하여 상하에 고사리 문양을 넣고 그 가운데는 원형의 장식문양을 하였다. 역시 길상(吉祥)문양이다. 상량정은 육모정으로 창덕궁 후원의 언덕위에 있다. 남산을 바라보는 위치에 선풍(仙風)이 넘치는 분위기로 자리잡았다. 긴 담에 비교적 간명하게 장식하였다. 상하로는 도형화시킨 고사리문양 두 틀이 한 조가 되도록 하였다. 무시무종(無始無終)의 시작도 없고 끝도 없는 장수무늬이다. 가운데는 동그런 고리모양이 연접해 있다. 그 안에는 다시 원형의 다이아몬드형 장식이 들어가 있다. 이것 역시 전벽돌인데 고사리문양의 전보다는 두께가 얇다. 일반 민가 같으면 기와편을 이용하였을 것이나 여기서는 벽돌을 따로 구워 만들었다. 고리가 접속되는 사이사이에는 다시 작은 꽃문양을 장식하였다. 길상의 의도를 한층 강조한 것이다. 경복궁의 자경전은 대비전이다. 여성들의 거처이기 때문에 붉은 색의 부드러운 전벽돌로 각종 아름다운 문양을 베풀었다. 가장 밑단은 장대석과 사고석으로 무게를 실어 줘 안정감을 주고 그 위에 전으로 각종 문양을 연출하였다. 위아래는 역시 우리 생활속에서 많이 보이는 장수를 상징하는 무시무종 무늬이다. 그 사이에 문자장식과 식물장식이 들어가 있다. 식물 장식은 나비가 날아드는 것으로 보아 국화로 보인다. 그 사이에 문자장식과 식물장식이 들어가 있다. 식물장식은 나비가 날아드는 것으로 보아 국화로 보인다. 여백을 회로 바르므로 해서 국화문이 눈에 선명하게 띄도록 했다. 양쪽의 문양은 글자도안과 '卍'자 문양이다. 태극으로 표현되는 우주의 근본원리를 도형화 한 것이다. 우리의 생명과 행복을 주관하는 신에게 우리의 소망을 전달하기 위한 문양이다. 일반민가에서는 궁궐에서처럼 전벽돌로 제대로 갖추어진 꽃담을 만들 수는 없었지만 깨진 기와편을 이용하여 소담한 문양을 장식하였다. 건강하고 행복하게 오래 살려는 생각은 마찬가지였다. 가식없이 솔직한 장식은 세련되지는 못했어도 투박하면서도 담백했다. 청도의 운강고택은 19세기말에 건립된 사대부집이다. 사랑채와 중문간채를 장식벽으로 막았다. '吉'자 문양을 연속해서 장식했다. 길상을 바라는 소망의 직접적인 표현이다. 상하로는 나름대로의 고리장식의 문양들이 연출되었다. 역시 길상을 한층 강조한 표현으로 생각된다. 일반 서민들의 집에서도 형편대로 장식을 하였다. 부자나 가난한 사람이나 소망은 같았다. 안동 하회 마을 초가의 민가 담 역시 기와편과 진흙을 교대로 쌓아가면서 문양을 베풀었다. 일반백성들도 이 정도의 미적감각을 갖고 있었다면 우리민족의 보편적 미감의 수준을 짐작케 해준다. 뛰어난 미적감각과 그곳에 배어 있는 철학적 사고의 능력은 우리민족이 수준 높은 문화 민족임을 알게 해주며 세계에서 가장 으뜸인 담을 갖게 하였다. |
| 
|
세금 계산서
바구니 : 
오늘뷰 : 0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