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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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예평론의 부재에 대한 소고
[도예평론의 부재에 대한 소고] 우리나라 현대도예의 역사를 20년 내외로 보고 있는 필자의 입장에서는 도예평론의 텍스트가 없는 현실에 대해 말을 한다는 것이 사실 별 의미가 없다고 생각 한다. 더욱이 현대도예의 일천한 역사와 더불어 그것의 전개와 추이를 가늠할 잣대인 도예이론의 부재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그렇지만 도예가들의 활동이나 그 결과물로서의 사회적인 생산을 위해서는 이제까지의 처지를 되짚어 보는 자세가 필요할 것이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도예에 관련된 평론과 이론의 부재에 대한 이유를 필자 나름대로 짚어보고 앞으로의 방향설정 내지는 대안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자 한다. 근래들어 우리나라 도예평론의 활성화에 대한 시도가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1990년 초에 지금은 폐간되고 없지만 디자인 하우스사에서 간행하던 월간공예의 공예평론에 이재언이 당선되었고, 그 이듬해인가 박종원의 글이 가작으로 뽑혔던 것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이재언은 공예평론가가 아닌 미술평론가가 되었고 박종원은 유학을 가서 현재 활동이 없는 상태다. 그 이후로 임창섭이 간간히 도예평론을 시도하고 있으나 전문적인 도예평론가라고 보기에는 어렵다. 그렇다면 이와같은 태동의 기미가 있었음에도 현재 도예평론이 미미하고 다양한 담론이 부재한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도예가들의 작품과 이론에 대한 질적인 접근의 적극성이 결여된 내적인 문제와 전문 도예평론가들이 자립할수 있는 제 조건의 열악함에서 기인되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도예 평론가는 비평행위를 통해서 자신의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해야만 하는 전문 직업인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우리 도예계처럼 작가들이나 여타의 주변인들이 도예비평을 간절히 원하지 않는 환경에서는 비평가의 수입원은 없다고 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여러 미술쟝르중에서 작가 수가 많지 않은 도예계의 현실을 감안하고 보면 전문 평론가의 출현이 쉽지 않음은 자명한 사실이다. 또 도예에 관련된 여타의 비평 매체도 한정되어 있다. 따라서 도예비평에 관심이 있는 평론가라 하더라도 타 쟝르에서 활동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한 조건이므로 도예평론에 진력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 다른 이유를 들라면 인접 인문, 사회학과의 관계에서 파생될 수 있는 다양한 담론의 원천이 없어서이다. 필자 역시 많은 작가들의 전시 도록도 받아보고 기회가 닿으면 전시장도 찾곤 하지만 뭔가 뜨거운 이슈나 논쟁의 소지를 가진 작품들이 그리 많지 않다고 느끼는게 솔직한 심정이다. 다시 말해 평론가들이 궁금해야 할, 또는 흥미를 가질만한 동기를 작가들이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에 임할때에 작가로서 가질수 있는 논리나 작업관, 도예에 관한 사회학적인 입장의 부재는 어떤식으로든 도예를 깊숙히 들여다보기 어렵게 만든다. 비평이나 평론은 위기의식의 소산이다. 즉 머물러 있을수 없는 현재에 대한 반성적인 입장에서 비평은 시작된다. 예술과 사회와의 관계와 맥락에 대한 가장 실천적이고 근본적인 지식인의 행위이다. 따라서 비판과 대안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적어도 도예계에는 그런 토대가 없다. 이런 토대의 부재는 새로운 기회와 가능성을 열지 못 할 뿐더러 일반인들의 관심도 얻기 힘들다. 광주 비엔날레와 같은 대규모 행사는 물론이고 우리나라 미술의 대명사인 국립현대미술관 조차 94년의 한국현대도예 30년전 이외에는 또다른 시도를 갖지 않았다. 더불어 여타의 미술관이나 화랑들조차 한두번의 기획전이후에는 새롭게 현대도예에 접근할 기회를 제공할 수가 없었다. 미국이나 일본의 경우에도 현대도예에 대한 평론은 극히 제한적이다. 가드 클락이나 이누이 요시아키 등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이며 더불어 한두사람이 활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앞에서 언급했듯이 어려운 조건이지만 단 한사람도 뚜렷한 활동을 하지 않고 있는데 문제의 핵심이 있다. 이와같은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하지 않기 위해서는 도예계의 주체인 작가들의 용기가 절실히 필요하다. 즉 기성작가들의 적극성이 요구된다는 것이다. 예를들면 자신의 전시회에 스스로의 글을 싣고 또 객관적인 글을 함께 수록함으로 글쓰기와 읽기에 대한 적극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것은 작품을 하는 과정에서 또 완성된 결과에 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자기 논리를 강화시키는 것이자 관객이나 타인의 참여를 넓히는 것이다. 다소 원론적인 얘기지만, 작가 자신의 세계관이나 작업형식을 되돌이켜 봄과 동시에 작품의 추상적인 소통에 비해 언어가 가질수 있는 명료함을 대입함으로 도예의 내외곽을 아우를수 있는 시각이나 경험을 넓힐수 있지는 않을까. 그러기 위해 작가들이 작품과 더불어 글로 자기 주장을 펼쳐서 평론가들이 참여할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 싶다. 또한 동료작가들의 작품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설득력 있게 주고 받을수 있는 태도도 요구된다. 전시장을 휙 둘러 보고 무슨 유약을 발랐고 소성온도는 얼마나 되는냐 하는 겉치레적인 관심보다는 작가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하는지에 대한 관심과 그것을 궤뚫는 혜안이 필요하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대화가 논리가 되고 비평적인 논쟁으로 발전할 수 있는 하나의 단초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기성작가들이 벌이는 논쟁은 바로 우리나라 현대도예의 방향성과 정체성을 확인하고 자료화하는데 좋은 밑거름이 될 것이다. 더욱이 상당수의 기성작가들이 대학에서 후학을 가르치고 있다. 그들의 논리가 명료하게 정리되면 강의시간도 보다 진지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다 그렇진 않다고 믿지만 막연히 기법을 가르치고 아이디어스케치를 검사하고 평가하는 그런 획일성에서 탈피할 수 있을 것이다. 교수와 학생, 선배와 후배, 작가와 작가, 작가와 관객사이에 이루어지는 대화 바로 그것이 우리나라 현대도예 이론의 줄기를 이룰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대화를 가능케 할 수 있는 다양한 문맥에서의 지식이나 타 장르에 대한 관심이 요구된다. 도예전공자라고 해서 도예사나 도예형식내에서만 전문지식을 가져서는 안된다. 도예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결국 도예를 둘러싼 모든 환경, 나아가 우리들의 일상이나 시대까지도 문화적이고 사회학적인 입장에서 통찰해야 한다. 작가개인의 섬세한 감정이나 생각과 같은 주체성에서 부터 도예라는 예술문화적인 항목을 전반적으로 되돌이켜 보는 객관성 까지 전반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지적 탐구심이 필요한 것이다. 마지막으로, 현재 도예계의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인 작가들이 기획하는 전시형태를 들 수 있다. 전문가에 의한 면밀한 기획에도 그 결과가 전혀 다르게 나타나는 미술계의 현상에 굳이 비추어 보지 않더라도 몇몇 뜻맞는 작가들에 의해 이루어지는 동인전의 경우는 전시회의 명칭과 전혀 다른 쪽으로 흘러가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도예가들의 기획 능력을 폄하하자는 의도는 절대 아니지만 기획단계에서 결과까지 일관된 핵심 어법을 바탕으로 평론가를 포함한 세인들의 관심을 유도할 수 있어야 한다. 작품이 주생산물인 작가들에게 위와같은 주문은 애시당초 실현가능성이 없는 것인지도 모른다. 작가와 작품 그리고 비평이 고르게 손을 잡고 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나라 현대도예의 현실이 아직은 시작단계에 있다고 치부하면 마음은 편안하리라고 본다. 그러나 언제까지 감이 나무에서 떨어지기를 기다릴수만은 없을 것이다. 목마른 사람이 샘을 파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이 글은 월간도예 기고내용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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