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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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도예를 보는 눈
[한국도예를 보는 눈] 우리 陶藝이야기를 쓰면서 자연계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은 좀 어설픈 비유가 뭔지는 모르지만 근래의 우리 토종보다 못난 미국 민들레 꽃씨가 어느 사이에 우리나라와 일본의 산과 들에 불어 들어와서 삽시에 퍼지면서 우리 토박이 민들레꽃과 겨루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나는 어려서부터 들꽃들을 좋아하는 버릇이 있어서 시골에 갈 때면 유심히 찾아보는 꽃중의 하나가 이 민들레꽃이었다. 꽃색깔도 연노랑 색과 흰꽃이 있으며 꽃대가 길고 잎새가 희떠울 뿐만아니라 꽃씨가 영글면 그 흠흠한 흰 동그라미가 바람에 휘청거리는 모습이 별미였던 것이다. 여기에 우리 민들레꽃 이야기를 쓰는 것은 무엇이든 다 좋다는 뜻도 아니고, 서양 것이라해서 다 안어울린다는 말을 하자는 것도 물론 아니다.다만 文化나 自然界를 가릴 것 없이 요긴하지도, 바람직스럽지도 않은 것 까지 우리가 미처 못깨닫는 사이에 매우 빠른 속도로 외국물이 늘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뜻이다. 어쨋든 나는 그동안 陶藝를 하고 있는 젊은이들에게 늘 서너가지의 忠告를 주는 버릇을 지녀왔다. 그 첫째는 우리 젊은이들이 먼곳만 바라볼 것이 아니라 자신의 발밑을 먼저 살펴 깨달으라는 것이다. 즉, 우리 옛陶藝를 보려고도, 알려고도 안하는 陶藝人들, 그리고 그것을 느끼지도 가르치지도 않는 陶藝敎授들은 마치지름길을 눈앞에 두고도 遼東八百里를 두루 돌려고 하는 헛수고가 많다는뜻이다. 日本의 巨匠이라 일컫는 陶藝家들은 우리 朝鮮時代의 粉靑砂器나白磁陶工들이 이룩했던 하늘같은 높이를 우러르면서 그곳에 다다르려고 모두 안간힘을 하고 있는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또 유럽이 미국의 陶藝家들의 再湯을 하느라고 진땀을 빼고 있는데도 우리 젊은 陶藝家들은 도리어 그것들이 새롭고 신기하게만 보여서 자기조상 것의 三湯四湯을 흉내내는 일에 아까운 浪費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서양 陶藝人들이 하늘같이 알고 있는 하마다 쇼오지 도미모또 겡끼찌같은 일본 도공들의 작품세계가 무엇을 우러르고 있는지, 그리고 서울에서 백자항아리 하나 사들고 가면서 「나는 행복을 안고 가노라」고 詩를 읊은 영국의 버나드리치는 現代西歐陶藝界의 指導者격인 巨匠이었던 것이다. 1960년 英國政府가 버나드 리치의 陶藝生活五十年을 기념해서 베풀어준 大回願展會場에 들어서면서 나는 이마를 한대 얻어맞는 충격을 받았었다. 그 넓은 전시회장 전체의 분위기가 그대로 朝鮮時代 陶藝의 感覺이었기 때문이다. 陶藝란 奇披해서도, 奇披할 필요도 없다하면 좀 지나친 말이 될는지 모르지만 정말 좋은 陶藝란 결코 奇披도 억지도 그 장점이 될 수 없다는 것을도예가들은 피부로 느끼고 있다. 近來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이 보여주는 그 새로운 機能美의 陶藝에 마음이 쏠리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것은 분명히 스칸디나비안들이 東洋陶磁의 長点을 따고 걸르고 또 자기네의 현대감각으로 되살려서세린시킨 것이였으며 이것은 어디까지나 스칸디나비안의 感性이 뿌리를 내린그들의 工藝임이 분명하다. 말하자면 우리발밑을 가눌줄 모르는 陶藝人들이 새로와 보인다고 해서 西洋것에 덮어놓고 마음을 쏟게되면 그들의 亞流의 亞流를 벗어날 수 없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陶藝家의 크기는 결국 個性의 싸움에 이기는 결과이며 個性의 싸움에 우리한국, 그리고 한국의 陶藝家는 이길 수 있는 튼튼한 밑천을 지니고 있다. 다시말해서 우리 朝鮮時代의 紛靑砂器나 白磁의 아름다움 속에는 아직도 새롭고 또 앞으로도 새로울 수 있는 特色짙고도 싱싱한 새로운 美의 싹이 살아있는 것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現代나 世界로 통하는 길, 바로 그것도 그속에서 느끼고 찾아야만 그대는 韓國의 陶藝家로서 우리들 자신과 世界人에게 이바지할 수 있는 눈이 뜨여질 것임을 나는 믿고 있다.적당한 비유가 뭘런지는 몰라도 감미로운 장미꽃 향기가 좋다 해서 모두 장미꽃만 가꾸게 되면 국화의 그윽한 향기의 깊이를 人類는 잃게 될 것을 걱정하는 것이다. 어쩌다가 우리 젊은 陶藝人들이 외국에 나가면, 그나라 陶藝人들에게서 분에 넘치는 대우를 받는 일이 있을 때 그것을 신기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고 들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그 까닭은 韓國의 陶藝傳統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들은 우선 그 부러운 陶藝宗主國의 주인인 韓國陶藝人 앞에 한수를 놓고 대하는 솔직한 사세라야 되기 때문이다. 둘째는 陶藝人은 우선 陶器이건 磁器이건 陶藝의 바탕을 本格的인 資質로 끌어 올려놔야만 된다는 말이다. 겉모양이 아무리 잘생기고 번드레해도 조그만 충격이나 온도의 급변에 속절없이 깨지거나 터지고 마는 正體모를 바탕의 作品은 砂上樓閣에 지나지 않는다. 든든한 바탕을 가누지 못하는 겉치레 陶藝를 가지고 어찌 누구와 對決하자는 말인가.셋째, 요사이 色陶의 신비스러움을 들고 나서는 젊은 사람들도 있지만 외국에서는 處方대로 調製한 色釉를 뜻대로 쓸 수 있고 處方대로 五色가지가 마음대로 이루어지는데 그것이 새로울 수도 신기로울수도 없는 일이다. 우리는 世界에서 가장 앞서서 이미 十二世紀에 辰砂彩와 辰砂釉를 開發한 민족이었지만 우리는 결코 辰砂彩나 辰砂釉 따위에 어리거나 빠져든 일이 없는 眼目을 지닌 민족이다.넷째, 陶藝人은 自身의 작품이 놓일 자리와 쓰여질 처지를 올바로 알아야만 된다. 놓일 곳도 쓰일 곳도 가늠하지 못하고 만들어만 내는 作品은 어디에가도 개밥의 도토리 구실이 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것 또한 作家의 소중한 資質의 하나임이 분명하다. 그리고 造形美의 올바른 아름다움이나 그 환경의 아름다움을 옳게 가릴줄 아는 眼目, 즉 感性이 무딘 젊은 陶藝人은 일찌기 陶藝에서 손을 떼어 그 소중한 人生의 浪費를 막아야만 된다. 崔 淳 雨 (前 國立中央博物館長)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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