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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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질긴 생명력과 천연스러운 멋 옹기
[끈질긴 생명력과 천연스러운 멋 옹기] 얼마전, 옹기를 좋아하는 많은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 사람 키만한 독 만 드는 과정을 시범하였다. 미국 일리노이에서 였다. 수 십년 옹기를 만들 어 오던 배요섭이라는 분이 별다른 연모 없이 물레를 돌려가며 성형하였고 나는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다가 사람들을 위해 일일이 과정을 설명하였다. 숨 죽인 뭇 시선들이 물레 위에서 형태를 이루어 가고 있는 독 모양에 빠 져들고 있었다. 드디어 성형이 끝나고 자기 키만한 독을 두 사람이 광목 으로 무등 태워 건조대로 옮겨가는 광경을 지켜보던 사람들이 모두 일어 서서 기립박수를 친다. 감격스러운 순간이었다. 이 뜻밖의 기립박수에 배 요섭씨는 어쩔 줄을 몰라 했는데 아마 이 세상에 태어나 옹기를 배워 생계 를 유지하기 시작한 이래 그런 칭찬을 처음 받아보는 것이었기 때문일 것 이다. 설명을 하던 나도 덩달아 많은 박수를 받았고 그 이래로 소문이 나 서 다른 학교에서도 그 시범을 보여달라는 요청이 들어와 여러 번 되풀이 하였으며 그때마다 넘치는 찬사를 정겹게 받았다. 옹기가 외국인들에게 어 떤 의식을 주고 있느냐를 이 박수소리를 통하여 분석할 수 있다면 세계 도 예계에서 우리 옹기는 확고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통적인 옹기는 경제적인 여건 때문이었지만 가마에서 세켜이상을 쌓아 굽는다. 그렇게 소성해야 수지를 맞출 수 있었다. 세켜를 쌓다 보니 아래 에 위치한 독이 위에 올려 놓은 것의 하중을 견디어내야 소성에 지장이 없 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아래에 놓이는 독의 입을 강인하게 만들어 줌 으로써 위에 놓이는 독의 무게로 인해 주저앉을 염려를 없앤 것이다. 독의 입 모양을 여러 가지로 만들어 준 까닭 중 하나가 이 소성법 때문인데 그로 인하여 옹기의 형태가 다양해지는 결과가 되었다. 다른 나라 옹기에서 볼 수 없는 형상이다. 이는 다분히 기술적인 측면의 적응을 위한 노력의 결정 이지만 완성된 뒤에 보면 독의 형태가 지방에 따라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 서로 다른 특색을 지닌 만큼 놀라운 변모를 보이게 되고 세계 도예계는 독의 멋이 거기에 있다고 칭찬한다. 이웃나라의 독은 형태가 거의 엇비슷 해서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기 어렵다. 용도에 따른 기능 때문이기도 하겠 지만 벌어진 입에 깃을 올린듯한 입 언저리로 해서 맺은 듯한 깔끔한 멋 대신에 헤벌어진 듯이 보이는 형태를 하고 있어 우리 옹기만큼의 아름다움 이 연출되지 못하고 있다. 그 나라 도예가들이 우리 옹기를 보면서 기가 죽는 것은 그런 실질적인 차이를 감안하기 때문인데 이 점을 세계 도예계 에서는 이미 간취하고 있어서 이제 학문적인 대상으로도 옹기를 중요시하 고 있고 옹기를 연구하겠다는 지원자도 적지않다 우리나라 질그릇의 역사는 수 천년에 이른다고 고고학자들은 그 시원을 추정하고 있다. 발굴을 통하여 수습되는 양과 종류도 다른 나라에 비하여 아주 다양해서 놀라울 지경이라 한다. 그런 흐름이 고려청자와 같이 자기가 출중하였던 중세를 지나 오늘에 이르고 있고 지금도 옹기는 우리 생활에서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옹기를 굽는 사람들은 소성 방법에 따라 질그릇(질독), 푸레독, 반오지, 오지(옻그릇)로 나누어 부른다. 질그릇을 구울 때는 그을음을 먹여 질의 색이 검은 회색으로 나타나며 그을음을 먹으면 물이 새지 않게 된다는 잇점이 생긴다. 푸레독은 질그릇과 같이 그을음 먹여서 굽지만 가마 안의 온도가 상승하여 융융될 즈음에 소금을 던져 넣는다. 이를 ‘소금친다’ 라고 하는데 소금을 적게 혹은 많이, 알맞게 치는 것에 따라 표면의 광택이 달라진다. 반오지의 소성법은 소금을 치되 푸레독처럼 연을 먹이지 않고 질의 소성된 본색을 그대고 드러나게 한다. 반오지는 소성이 끝나면 그릇 표면이 유약을 입힌 듯이 윤택이 나며 옹기와 같은 효과를 갖는다. 그러나 유약을 입혀 소성한 오지와 근복적으로 다르다. 오지(옻그릇)라는 개념은 그릇에 유약을 입히고 그것이 용융되어 윤택한 것을 일컫는다. 옻그릇 기법이 일반화 되면서 일부에서는 옻그릇을 오지그릇이라 부르고 오지그릇이 보편화되면서 옹기라는 단어가 유행되고 그 옹기는 석간주에서 더 보완된 유약을 입힌 그릇으로 발전하였다.천년이 넘는 세월이 흘러가 아득한 시차 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옹기들은 원초적인 격식을 갖춘채로 오늘에 존재하고 있다. 끈질긴 생명력은 말 할 것도 없고 흐르는 세월 속에 그들만은 의연히 줄기를 지니며 그 많은 세월을 지탱하면서 전승의 특성을 완연하게 고수하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고맙다. 인간이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고 천연 스럽고 멋을 지니고 있는 옹기는 우리들의 마음을 가장안하게 해주는 매력이 있다.나도 옹기가 좋아 옹기계열의 작품을 시도해 보고 있고 몇 번의 전람회 를 통해 발표하기도 했다. 여러가지 평가가 있었는데 그 중에 ‘새로운 옹기’ 란 말이 있었다. 옹기는 태고 이래의 흐름을 지니고 오늘에 이른 것이고 그것 이 또 지속되려면 ‘오늘의 옹기’가 있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과거에 존재하던 옹기들이 오랜 세월 같은 분위기를 지속적으로 간직하고 있 는데 비하여 ‘새로운 옹기’라는 것은 현대적인 감각이 집중 투여 되면서 그들과 다른 유형을 만어 내었다는 평가라고 생각된다. 나는 옹기는 전통적인 옹기와는 다른 점토를 쓰고 다른 유약을 사용하고 있으며 과거의 옹기에서는 볼 수 없는 상감기법으로 장식을 하고 있지만 스스로 옹기라 부르고 있고 다른 사람들도 그렇게 공감하고 있는 것은 내가 옹기다운 분위기를 지닌 작품을 만들고자 하기 때문일 것이다. 옹기는 바다와 같아서 여러 갈래의 흘러드는 강물을 받아들였다. 태고이래의 수 없는 갈래의 질그릇과 옹기가 골짜기 마다의 특색을 지닌 채로 강물을 타고 바다에 당도해 있는 것이다. 나의 옹기도 또 다른 골짜기에서 생성된 나름대로의 독특한 특색을 지니며 바다에 이르러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앞으로 옹기의 바다 에는 더 많은 종류의 옹기들이 모여들 가능성이 있다. 그만큼 대중적이기 때문 이기도 하다. 한정된 특정한 사람들만의 작품 세계일 수 없고 세계 도예인들도 여할 수 있을 것이다. 점차 다양한 옹기의 세계가 전개될 수 있고 이로 인해 옹기는 점점 더 세계적이 될 것이다. 세계인의 기립박수를 받았던 옹기의 아름다움이나 멋에 취하는 것도 좋지만, 우리 질그릇만의 고유한 아름다운과 멋을 지키고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옹기를 작품의 경지로 끌어올리는 노력이 필요하다. 글.조정현(이화여대 미대 도예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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