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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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우디에게도 뒤지지 않는 토야랜드 스토리
●붕어빵에는 붕어가 있는가. 2001세계도자기엑스포 이천 행사장의 토야랜드에는 15종 50여점의 도자 조형물 및 타일모자이크 조형물이 있으나 엑스포의 상징인 토야가 없는 데 대한 질문의 답이다. 일반적으로 도자기라 하면 잘생긴 백자항아리나 세련된 청자운학문매병을 떠올리는 것이 상례로 응접실이나 전시장에만 존재하는 것으로 인식되어 있다. 도자기는 아무나 가지거나 볼 수 있는 것이 아니고 특별한 경우나 특정인 또는 박물관의 전유물로 알고 있다. 아니면 그릇으로 쓰는 생활 용기 정도가 고작이다. 꽃 문양이나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고 소위 환경호르몬이 검출되지 않는 안전한 식기 정도로 알려져 있다. 이러한 상식을 넘어서는 흙을 구워 만든 예술작품들이 환경조형물이라는 이름으로 간혹 옥외에 설치되기도 하지만 브론즈나 돌 등의 재료에 의한 것보다는 흔치 않다. 또한 타일이나 석재 등의 외부 마감재에 대응하여 도예가들이 만든 도자벽화 등이 있지만 쉽게 눈에 뜨일 정도로 활성화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 글에서는 토야가 없는 토야랜드 조형물 및 벤치 등의 제작 과정과 과정상의 시행착오 및 결과에 대한 내용과 외국의 사례 등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토야랜드는 국내에서 거의 유일하게 ‘흙을 구워 만든 것(?)’만으로 조성된 작은 공원이다. 혹자는 이것을 가리켜 테마파크라고도 하지만 그러기에는 규모가 작고 세세한 부분까지 고려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쉬움으로 남는 프로젝트였다. 특히 시간이 많지 않고 예산까지 넉넉하지 못해 실제 작업에 투입된 본교 도예과 대학원생들의 양해를 구하지 않으면 안 된 무리한 작업이었다. 그러나 토야랜드 같은 프로젝트는 흔치 않은 기회였고 엑스포를 찾는 관람객의 수를 고려할 때 도예에 대한 인식을 바꿀 좋은 사례가 될 것으로 판단해 강행하기로 했다. ● 야외 단일 점토 조형물로는 최초 처음 토야랜드를 조성하자는 도자기엑스포조직위원회의 요청에서는 현재의 부지보다 더 작고 한쪽으로 치우쳐 있는 곳이어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았고 전체를 하나로 볼 수 있는, 다시 말해 통행로까지 모자이크로 제작하는 쪽으로 디자인의 방향을 잡았다. 그러나 최초의 시안이 나온 이후 조직위의 방향이 바뀌어 현재의 장소에 조성하는 것으로 결정되면서 조형물 및 벤치의 배치가 수정되었고 조형물 하나하나의 크기도 부지에 맞게 재조정되었다. 부지 면적이 약 3배 가량 넓어졌고 경사진 곳이라 레이아웃을 위해 1/50 축소 모델을 만드는 등 생각보다 준비 작업 자체가 방대해지기 시작했다. 특히 산호 이미지의 조형물은 부지의 경사 절개면 때문에 가장자리를 꽃잎 모양의 벤치로 바꾸는 등 전면적으로 디자인을 재조정하게 되었다. 일단 설계도면상의 경사도를 고려하는 것은 물론 통행로 등을 꽃줄기와 잎으로 이미지화하고 바닥의 보도블록과 차별화해, 위에서 보면 꽃 속에 조형물들이 배치되는 방향으로 전체 계획을 수정했다. 전체 레이아웃이 끝난 후에는 조형물 하나하나의 제작 및 기법에 대한 검토가 시작됐다. 기본적인 제작 방향은 되도록이면 모자이크를 줄인 완전한 도자조형물,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도자기의 한계를 넘는 크기와 색상으로 관람객들을 경이롭고 즐겁게 하자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다. 그러나 보통 하나의 크기가 1m가 넘는 것들이고 또 동파 방지를 위해 완전 소결체가 되어야 했다. 따라서 제작에 용이한 점토를 연구했고 또 화려한 색을 내기 위한 안료 및 소성 실험이 병행되었다. 1개월 동안 투입된 인원이 약 1000명에 가까운 작업이 시작되었다. 도자기는 습식 제작이기 때문에 규모가 커지면 하중을 지탱하기 어렵고, 제작된 부분들에는 균열이 생기기 쉽다. 그래서 일정 부분 제작이 진행되면 하중을 견딜 때까지 충분한 시간을 두고 건조해야 한다. 어느 정도 건조가 되면 다시 위 부분을 제작하는데, 기존의 부분과 새로 시작되는 부분의 흡수율 차이에 의해 파손이 생길 확률이 크다. 같은 조형물을 3배수는 만들어야 건조와 소성 과정에서의 파손을 보충할 수 있다. 만들어진 조형물들은 1주일 이상 충분한 시간을 두고 건조한 후 다시 자연 상태에서 완전히 건조해 가마에 들어가게 된다. 작은 도자기들은 7, 8시간 정도의 초벌소성 시간으로 충분하지만 크기가 커질수록 시간은 많이 소요된다. 토야랜드는 30시간 이상 소요되었다. 초벌소성이 끝난 조형물들은 다채로운 색상의 안료를 칠한 후 유약을 바르고 재벌소성에 들어가게 된다. 그러나 초벌소성이 끝난 후 상당량의 작품들이 파손 또는 균열이 생겨 폐기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는 다시 제작하고 또 일부는 여분의 것을 다시 초벌소성하는 등 시간과의 싸움이 시작되었다. ● 악천후에도 3개월만에 완성 엑스포 행사 개막 한 달 전 기본적인 작업이 완료되면서 조형물들은 프레임 제작을 위해 공장으로 보내졌고 전체적인 구조물이 하나씩 만들어졌다. 그러나 3배수에 달하는 많은 양의 조형물들이 재벌 소성 과정에서 상당수 파손되어 원래의 의도와는 다른 방향을 모색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 일부는 현장에서 바닥용 모자이크를 시공하는 한편 일부는 파손된 조형물의 표면을 다시 갈아내고 그 위에 다시 모자이크를 하는 작업이 병행되었다. 결국 작업은 최초의 계획과 일정을 크게 상회하기 시작했고, 시공 시점에 맞추기 위해 철야 작업이 강행되었다. 하루 50여명의 인원을 더러는 70~80명으로 늘이는 등 작업에 박차를 가하였으나 장마가 겹쳐 시간은 점점 줄어들기만 하였다. 비가 개면 다시 나가 시공을 하고 비가 오면 텐트로 덮어놓고 기다리는 등 악전고투가 몇 일간 계속되면서 학생들은 서서히 지치기 시작했다. 탈진에 이르는 최악의 상태도 발생했다. 개막 1주일 전 장마가 걷히면서 작업은 진전이 빨라졌으나 다시 한 번 난관에 봉착했다. 토야랜드 아래쪽의 곰방대가마 조형물의 시공 기간이 늘어지면서 작업용 차량의 통행으로 바닥 모자이크 작업에 지장이 초래돼 조형물의 완성 또한 지연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기를 며칠이 지나고 곰방대가마 조형물이 완공되자 토야랜드의 시공과 설치는 급진전되었다. 남은 문제는 최초의 의도대로 꽃잎과 줄기를 표현하는 보도블록의 시공 여부. 꽃잎과 줄기는 적갈색의 점토벽돌로 하고 나머지 부분은 시멘트 블록으로 하는 쪽으로 의견이 모아졌으나 보도블록 시공업체가 여러 가지 이유를 들어 난색을 표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전체를 회색 시멘트블록으로 마감하게 되었다. 개막 하루 전 완성된 토야랜드를 보면서 많은 감회가 있었다. 애초 3개월의 시간으로 토야랜드 조성이 불가하다는 주변의 여론을 뿌리치고 강행하면서 많은 무리를 했지만, 실내에서만 있어야 할 도자기가 밖으로 나왔고 또 타일모자이크와 더불어 전체를 조형화하는 작업이 국내에서는 최초로 시도된 것이다. 1억7000만원의 예산을 모두 제작비에 쏟아 부었기 때문에 조형물 주변의 디자인과 조경이 의도대로 되지 않았고, 특히 바닥 보도블록의 계획이 무산된 점은 유감이 아닐 수 없었다. 한 달 가까운 기간 동안 이천에서 기거를 하면서 밤낮으로 작업을 한 학생들의 노고에 비해 주변 마무리는 그리 만족할 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던 것이다. 특히 토야랜드와 더불어 제작한 토기, 청자, 분청사기, 백자 등의 이미지를 형상화한 벤치는 작은 파편들을 일일이 손으로 붙여가면서 완성한 것이다. 뙤약볕 아래에서 파편의 날카로운 모서리를 갈아 다듬으면서 만든 4종 10점의 벤치는 곰방대가마 조형물 아래쪽과 통행로 양쪽의 기슭에 위치하고 있다. 특히 백자와 청자 이미지는 10여명이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크기다. 토야랜드 같은 프로젝트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된 것인 만큼 처음부터 많은 시행착오를 예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지만 조형물의 제작과 시공 기초, 조경, 조명 및 전체 바닥 계획과 시공이 일관되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좋은 결과를 얻기는 어렵다는 것을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예산 부처와 시행 부처간의 이견, 시공업체의 비협조 등은 애써 만들어놓은 조형물의 효과를 반감하는 역작용 만 했을 뿐이다. ● 스페인 일본에도 뒤지지 않아 토야랜드 같은 모자이크 조형물의 선례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있는 안토니오 가우디의 작품을 들 수 있다. 가우디의 작품과 비교하면 토야랜드는 번갯불에 콩 볶아 먹는 식의 졸속이라는 비난을 받아 마땅할 정도로 단기간에 이루어진 프로젝트다. 그러나 가우디의 것에 비해 토야랜드는 대부분이 점토로 제작되었고 모자이크로 바뀐 몇 점 역시 기본 구조체는 점토로 제작 소성되었다는 것은 내세울 만한 일이겠다. 1991년 일본 시가라키에서 열린 세계도예제의 도자스트리트퍼니처 공모전의 작품은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도 마땅하다.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세계도예제가 열렸던 시가라키(信樂) ‘도예의 숲’ 공원에는 당시 공모전 입상작들이 공원 곳곳에 놓여 있다. 일부는 동파 등으로 인해 금이 갔지만 그대로 놓고 즐기는 점은 도자를 사랑하는 마음의 배려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시가라키의 작품들 외에 큐슈(九州)의 이마리(伊万里)에 소재한 나베시마한요(鍋島藩窯) 공원의 것은 전통 도자기의 특성과 파편을 이용하였다는 점에서 대별된다. 이마리는 일본의 자기문화를 대표하는 지역의 하나로서 오랜 역사적 자부심을 가지고 있으며 공방과 전시장 및 자료관, 판매장들이 자연 그대로의 지형에 맞춰 조성되어 있다. 다리 난간과 산책로 곳곳에도 도자기 또는 파편을 이용한 조형물 또는 휴식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외에도 세계 곳곳에는 점토를 이용한 조형물들이 산재되어 있지만 글의 앞머리에서 말한 것처럼 단독 조형물 내지는 도자벽화들이 주종을 이루고 있고 토야랜드 같이 복합적 기법에 의한 규모는 아직 확인된 바 없다. 토야랜드를 조성하면서 아쉬웠던 점 몇 가지는 앞으로 도자를 이용한 공공조형물 또는 예술적 편의시설의 계획에 참고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특히 건축비 1%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예술장식품을 권장하는 우리나라 환경조형물의 동향을 변화시키는 데도 파급 효과가 있을 것이다. 글: 우관호(홍익대 도예과 교수) 한국문화관광정책연구원 문화관광전문 정보지 [문화도시] 112호(2001.10.01자) 발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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