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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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韓國美에 새생명 불어넣었다”
 최초 근대미술사학자… 조선初 그릇 ‘분청사기’ 규정 한국미를 ‘무기교의 기교’로 표현… 문화정체성 밝혀 한국의 전통 미술품 중 대표적으로 세계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조선 분청(粉靑)사기에 새 생명을 불어넣은 것은 미술사학자 고유섭이었다. 일본인들은 이 도자기의 문양이 미시마라는 신사의 달력 문양(작은 꽃문양)과 흡사하다고 하여 그저 ‘미시마테’(三島手)라 불렀다. 그러나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미술사학자’로 불리는 고유섭(高裕燮·1905~1944)은 고려청자의 기술적인 면을 면밀히 분석한 가운데, 조선왕조 초기의 그릇을 청자 발전 과정의 산물로 해석하고 이를 ‘분장한 회청사기’로 새롭게 인식했다. ‘분청’이라는 걸출한 도자기의 탄생이다. 오는 2월 2일, 바로 그 고유섭이 탄생한 지 100주년이 된다. 그는 20세기 전반기에 활동한 대(大)인문학자요, 특히 미술 시각을 개발한 천재적 안목의 선각자이다. 일제 강점기라는 제한성이 늘 뒤따랐지만, 그는 이를 극복하고 한국 미술을 연구 대상으로 삼아 그 특징을 밝히는 데 일생을 바친 지식인이었다. 그는 건축을 포함한 미술의 모든 장르에 걸친 연구를 발판으로 하여 한국미의 특징을 ‘무기교의 기교’라는 말로 요약하였다. 이율배반적인 명제처럼 느껴지나, 깊은 함의를 지닌 개념이라 아니할 수 없다. 한국 미술은 얼핏 기교가 없는 듯, 덤덤한 듯이 보여 “내로라”하고 나서지는 않지만, 은근한 맛과 멋을 풍기는 소박한 아름다움이 내재해 있는 것으로 본 것이다. 그는 미술이 문화의 핵심요소임을 이론적으로 구명하고, 나아가 한국 미술사 연구를 통해 우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밝힘으로써 암울했던 그의 시대뿐만 아니라, 오늘날의 우리에게까지도 문화적 자긍심을 심어주었고, 비전을 제시하였다. 뿐만 아니라 그는 ‘개성 삼걸’로 일컬어지는 황수영, 진홍섭, 최순우 등 뛰어난 제자를 키워 오늘날 한국의 아름다움을 보는 눈을 길러주었다. 20세기 초의 동아시아는 문화적 격랑 속에 휩싸여 있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래로 서구 지향의 정치 이념 속에서도 전통 중시의 문화 인식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일본 미술의 특징을 밝히려는 작업에 몰두해 왔다. 서구의 미학과 미술사 이론에 힘입어 1920년대에 오면 어느 정도 틀이 잡히는데, 이는 일본의 우월감을 내세우려는 국수적 의도와 연결되기도 하며 발전상을 보인다. 이러한 서구 인문학의 새로운 물결이 경성제대를 거쳐 한국 화계에 파급된 것도 바로 1920년대 후반이었다. 고유섭이 경성제대 철학과에서(1925~30년) 독일 미학과 동양미술사 이론을 섭렵할 동안, 한국 미술계에도 커다란 변화가 일어난다. 철학자 박종홍의 ‘조선 미술의 사적 고찰’(1922~1923년 ‘개벽’지) 발표를 필두로, 3.1운동의 주창자이자 한학자인 오세창이 한국 고미술에 관한 문헌사료를 엮은 ‘근역서화징’(1928년)을 냈고 독일인 신부로 한국 문화를 연구한 안드레 에카르트의 ‘조선미술사’(1929년)가 첫 출간됐다. 이런 사회적 분위기 속에 대학을 졸업한 고유섭은 전국에 산재한 석탑(石塔)을 일일이 답사하여 실측한 뒤 ‘조선 탑파의 연구’(1936년)를 발표했다. 석탑 연구에서 최초로 양식개념을 부여한 명저로 평가된다. 개성박물관장에 부임하면서 그는 한국 미술연구에 박차를 가한다. 회화사 연구의 큰 기초공사에 해당하는 ‘조선화론집성’을 낸 것도 그때다. 이후 선생은 20여 년의 연구 기간 동안 8권의 책과 150여 편의 논문(유고 포함)을 세상에 남겼다. 1944년 6월 26일, 그는 만 39세의 나이에 간경화로 아깝게 타계했다. 권영필·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조선일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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