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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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거실 소파에 어울리는 작품 한점 걸어볼까?
 ‘그림=인테리어’시대…환매보장 ‘렌트’인기 ▲사진설명 : 도곡동 타워팰리스 상가 인테리어 매장 ‘해로 ’에 걸린 서양화가 진유영씨 작품.같은 상가 내 갤러리 ‘현대 플러스 ’에서 빌려온 뒤 모던한 응접 세트와 매치했다./김창종기자 서울 도곡동 타워 팰리스 상가 2층 갤러리 ‘현대 플러스’. 둥그런 돌 표면에서 물이 퐁퐁 솟아나는 작가 유영교씨 물 조각 작품을 본 주부들의 반응. “어머, 가습 효과도 있겠네요?” 그림은 이제 인테리어다. 도시를 점령한 아파트 문화, 또 아파트를 채우는 미니멀 인테리어가 그림 취향도 결정한다. 물론 전문 컬렉터나 미술팬들이 아니라 그저 그림 한 점 집에 걸고 온 가족과 즐기려는 중산층 가정의 시각이다. 우리 집 분위기, 우리 집 인테리어와 어울리는 그림을 선호하는 보통 집의 관점에서 볼 때 이제 그림의 최대 경쟁자는 ‘ㄴ’자로 꺾이는 모던한 디자인의 소파, 혹은 대형 모니터가 가운데 자리잡는 홈 시어터인 셈이다. 이런 추세에 맞춰 화랑들도 적극 고객을 공략한다. ‘현대 플러스’는 속속 입주하는 타워 팰리스 고객 뿐 아니라 인근 강남 지역과 분당에 이르기까지 아파트 거주자들을 공략하기 위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고안해 냈다. 지난 주 부터 시작한 ‘미술품 환매 보장 프로그램’이다. 어찌 보면 그림 렌트다. 작품을 사 갔다가 1년 안에 가져오면 그림 값의 90%를 환불해 준다는 내용이다. 화랑으로서는 이례적인 결정이다. “요즘 아파트에는 그림을 따로 보관할 창고가 없잖아요.” 갤러리측의 설명. 취향, 혹은 인테리어가 바뀔 때 마다 그림도 맘 편히 바꿀 수 있는 셈이다. 마침 건너편 인테리어숍 ‘해로’에는 갤러리가 빌려준 80호짜리 그림이 걸려있다. 판매용으로 전시해 놓은 크림색 가죽 응접세트와 중견작가 진유영씨의 핑크 톤 작품이 멋지게 어울린다. 갤러리의 ‘환매보장 작품 리스트’를 넘겨봤다. 단번에 집안에 활기를 불어 넣어줄 듯한 김종학씨의 ‘설악 일출’(1400만원), 화사하고 따뜻한 권영호씨의 꽃 그림(300만원), 베니스 비엔날레 출품작가 노상균씨의 반짝거리는 스팽글 작품(400만~500만원), 모던한 실내 인테리어와 잘 어울릴 듯한 류희영씨의 연보라톤 색면 추상(900만원)과 박서보씨의 ‘묘법’ 시리즈(1500만원)…. 가격은 70만원대(신진작가의 유화)부터 수천만원대까지 다양한다. “보통 고객들은 아파트 벽에 걸기 좋은 10~50호 크기 작품을 선호합니다. 모던한 인테리어에 어울리는 차분하면서도 밝은 톤을 좋아하고요.” 강수진 ‘현대 플러스’ 지점장의 설명이다. 따뜻한 모자상 등 구상 조각도 인기지만 낯선 사람이 집안에 들어오는 것을 꺼리는 습성 때문인지 인물 초상은 인기가 덜하고 세로 보다는 소파 뒤에 걸기 좋은 가로 그림을 선호하는 것이 추세다. 아예 집에 딱 맞는 그림을 골라주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서울옥션(대표이사 김순응)이 지난해 12월 시작한 ‘그림이 있는 집’이다. 아트 컨설턴트들이 고객의 집을 방문, 집안 분위기에 어울리는 그림을 4~5점 골라준다. 양경희 팀장은 “그동안 아파트, 빌라 등 가정집을 비롯 병원과 관공서에도 그림 컨설팅을 해 줬다”고 말했다. 박미나, 이정승원씨 등 작가들은 직접 집에 찾아가 응접실과 부엌, 욕실과 어린이 방에 작품을 설치해 주기도 한다. 가나아트 갤러리에서는 ‘가구와 그림이 있는 어린이 방’이 열리고 있다. 어린이 가구 전문업체와 한명철 정일 이종한 권기수 등 작가들이 참여한다. 전시장에서는 침대, 책상, 의자 등 어린이 가구, 또 그 가구와 함께 어린이방을 근사하게 꾸며주는 미술 작품이 어우러진다. 작가에게도, 화랑에게도 인테리어를 이용한 작품 마케팅은 새로운 활로일 수 있다. 반면 고객으로부터 ‘20평짜리 우리 집 방을 평당 얼마에 꾸며줄 수 있나’ ‘좀 깎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던 한 작가는 “이쯤 되면 그림과 인테리어가 뭐가 다른가 싶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재연기자 whauden@chosun.com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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