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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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산책]기부금 수령 거절하는 기관들
 올 삼일절은 필자에게 아주 특별한 날이다. 지난 6개월 동안 불우 독립운동가를 위한 기부금을 받아줄 것을 관계기관에 애원해 왔는데, 드디어 이번 삼일절에 기금을 전달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삼성에서 기부하기로 한 자금에 대해 여러 곳에서 치열한 물밑경쟁이 벌어졌고, 이 일 때문에 대통령까지 나섰다는 사실과 비교해 볼 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일이다. 필자는 광복 60주년을 맞은 지난해 도자전시회를 열었다. 국권 상실의 원인이 무엇인가에 대한 규정과 해방공간으로부터 이어져 온 친일·반일의 갈등에 방법적 제시를 하고자 했던 것이다. 일본이 조선을 강점하게 된 원동력의 하나는 임진란을 통해 조선으로부터 강탈해 간 도자산업의 융성에서 찾을 수 있다. 반면 조선의 입장에서는 사소하게 생각하거나 천시했던 도자기술의 유출 때문에 국권 상실을 초래했다는 것이 된다. 그런 근현대사적 의미에서 전시 장르를 도자기로 정하게 되었다. 국가나 관련 기관에서 해야 할 성격과 규모의 일을 한 개인이 기획·주관·주최를 모두 한다고 하니 의구심과 오해도 적지 않았다. 더구나 기증이라는 조건이었으므로 더욱 그랬다. 그래도 전시의 취지가 워낙 좋았기 때문인지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작가 23명이 흔쾌히 작품을 기증해 주었다. 그러나 이렇게 모은 기금을 받아야 할 광복회에서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고 명분이 없어서”, 국가보훈처 역시 “우리가 할 일인데 아무 도움도 주지 못했고 명분이 없어서, 또는 국가 기관이어서”, 독립기념관도 “전례가 없고 국가기관이어서” 받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무엇을 해 달라는 것도 아니고 제발 받아 달라고 애원을 해야 하는 상황이 지난 6개월 동안 지속되어온 것이다. 이 이해할 수 없는 과정과 상황은 너무나 길고 기가 막히다. 분개한 작가들은 언론에 제보해야 한다고도 했고 ‘배부른’ 곳에 줄 필요 없이 절실한 곳으로 전용해야 한다고도 했다. 그러나 자금의 성격이 공적이고 목적이 있으므로 함부로 전용할 수도 없었다. 결국 마지막 남은 공적 자금 집행처는 대통령밖에 없다는 판단을 했다. 편지를 써놓고 청와대 앞 시위도 준비하면서 정부의 ‘높은 분’과 의논한 결과 국가보훈처에서 연락이 왔다. 받아주겠다는 것이다. 다만 언론에 보도요청을 하지 않는 등 조용한 전달을 원하는 것 같았다. 개인적으로는 짐을 벗을 수 있어 좋지만 안타까운 마음을 금할 수 없다. 이제 아무도 이런 일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인생 75년을 살면서 가장 중요한 전시회라고 믿었던 천한봉 작가는 당시 병중의 상태에서 두 번이나 그 힘든 장작가마에 불을 지폈다. “없는 제사 만들어서 별 고생 다 하십니다”라고 필자를 위로하던 그 노 대가의 선한 눈빛이 자꾸만 서글프게 떠오를 뿐이다. 또 어찌 그 눈뿐이랴. 김수주 화가ⓒ 세계일보＆세계닷컴(www.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세계닷컴은 한국온라인신문협회(www.kona.or.kr)의 디지털뉴스이용규칙에 따른 저작권을 행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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