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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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리의 미술, 0.7%환경조형물
 거리의 미술 [만물상] 에펠탑은 ‘파리’ 하면 떠오르는 상징 조형물이지만 1889년 처음 세워졌을 땐 ‘파리의 수치’라는 소리를 들어야 했다. 소설가 모파상은 에펠탑 안에 있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자주 했다. 적어도 그 안에 있는 동안은 이 흉물을 안 봐도 되지 않느냐는 게 그의 얘기였다. 기껏해야 5~6층짜리 건물이 가장 높은 걸로 꼽히던 당시 320ｍ 높이의 철제 탑을 도시 중앙에 세운다는 발상에 파리 시민들은 경악했다. 시인 폴 베를렌은 길을 갈 때 에펠탑을 보지 않기 위해 주변이 건물들로 꽉 찬 좁은 골목길을 주로 이용했다. ▶지금 에펠탑은 입장료 등으로 매년 600만 유로(약 78억원)를 벌어들인다. TV나 책자의 광고에서 에펠탑의 사진을 쓸 때도 사용료를 내야 한다. 전 세계에서 에펠탑을 보기 위해 파리를 찾는 관광객들이 매년 4000만명에 이른다. ▶서울 강남 테헤란로의 포스코 빌딩 앞에 있는 프랭크 스텔라의 무게 30t짜리 조각 ‘아마벨’도 8년 전 처음 세워졌을 때 ‘흉물’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17억원이나 들여 세운 세계적 예술가의 작품이란 것이 도시 미관을 해치는 고철 덩어리에 불과하다는 것이었다. 포스코측은 고심 끝에 이를 국립현대미술관에 기증해 과천으로 옮기려 했지만 이번엔 작가가 반발했다. ‘아마벨’은 원래 있던 곳에 서 있지만 되도록 길 가는 사람 눈에 안 띄도록 주변에 나무를 심어놓았다. ▶개인 집 안방에 걸리는 미술품과는 달리 거리의 환경조형물들은 예술성을 유지하면서도 여러 사람의 미적 욕구를 고루 충족시켜야 한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그렇다고는 해도 우리나라의 거리 조각들은 저럴 바엔 없는 게 낫지 않나 하는 것들이 너무 많다. 현행 문예진흥법은 대형 건물마다 건축비의 0.7%를 미술 장식에 쓰도록 하고 있다. 건물들마다 있으나마나 한 조각들을 똑같이 내놓느니 그 비용을 모아 공공장소에 몇 백 년 가도 사랑받을 상징 조형물을 세우는 게 낫지 않으냐는 의견이 나온 지도 오래다. ▶문화관광부가 내놓은 환경미술 제도 개정안을 놓고 미술계에 논란이 한창이다. 개정안의 핵심은 정부와 각 시·도에 ‘공공미술위원회’를 두어 환경미술의 기획, 심의, 선정 등 운영 전반을 맡기자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 위원회가 연간 700억원에 이르는 환경조형물 시장을 독식할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서로 자기 밥그릇만 챙기는 데서 벗어나 시민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것이다. 하나의 환경조형물을 세우는 것은 도시의 얼굴을 만드는 것과 같은 일이다. 김태익 논설위원 tikim@chosun.com 입력 : 2005.05.12 18:50 56' / 수정 : 2005.05.12 20:41 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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