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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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王 특별주문으로 화병 20개 제작"
 첫 개인전 갖는 도예名匠 천한봉씨 ▲ 천씨가 일왕의 주문을 받고 만들어 줬다는 분청사기 화병을 조심스레 꺼내 보여주고 있다. 화병 표면의 무늬는 일본 왕실에서만 쓰는 특유의 문양(紋樣)이라고 그는 말했다. 일본이 ‘아! 스바라시이(멋있다)’ 하며 감탄을 아끼지 않았던 한국의 도예 명장(名匠) 도천(陶泉) 천한봉(千漢鳳·71)씨가 오는 9월 9일부터 8일간 대구시 대덕문화전당에서 첫 개인전을 갖고 도예세계의 전모를 드러낸다. 그가 ‘조선시대 찻사발(茶碗·다완) 만들기’ 외길을 걸어온 지 56년 만의 일이다. 그는 인터뷰에서 “최근엔 일본 아키히토 일왕측으로부터 주문을 받아 왕실용 화병(花甁) 20점을 만들어 주기도 했다”고 공개했다. 그는 경북 문경 주흘산 기슭에서 도자기처럼 잔잔한 미소를 머금은 채 두꺼비 모양을 한 가마와 더불어 살고 있다. 첫 개인전을 갖는 까닭을 그는 이렇게 말했다. “어느날 문득, 내 작품을 모국에 알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지. 현재 일본에서는 10만여명의 다도(茶道) 인구가 내 낙관이 찍힌 밥그릇, 찻잔을 쓰고 있어. 그런데 한국의 흙과 물로 빚은 내 도자기를 정작 내 나라에서 제대로 알아주지 않는다면 슬프잖아.” 그는 정부가 지정한 ‘대한민국 도예명장’ 5명 중 한 사람. 일본 NHK는 97년 ‘아시아의 최고 인물’로 그를 선정했다. 그의 찻사발은 일본에서 한 점당 60만엔(약 600만원)을 호가한다. 최근 아키히토 일왕용 화병 주문 제작에 관해 묻자 천씨는 “그걸 어떻게 알았느냐?”고 놀라면서도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지난해 겨울, 일왕의 명을 받았다는 일본의 한 선승(禪僧)이 찾아와 ‘일왕이 그대에게 조선 도자기 특유의 소박하고, 정감이 깃들인 꽃병 20점을 부탁한다’고 전하더군. ‘한국 체면’을 걸고 혼신의 힘을 다해 구웠지. 수백개의 화병을 부수고, 또 부수고….” 한 달 반 동안 밤잠을 설친 끝에 천씨는 까다로운 왕실을 만족시킬 만한 분청사기 화병 20점을 얻었고, 한달음에 달려온 일본인들은 연방 감탄사를 터뜨렸다. 이 ‘사건’은 천씨에게 묘한 기분이 들게 했다. 1933년 일본 동경에서 태어나 광복을 맞던 해까지 일본땅에서 ‘조센진’으로 겪어야 했던 설움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14세 되던 해에 한국으로 돌아와 도자기 기술을 익혔던 천씨는 1965년, 한일국교가 정상화된 이후 일본인들로부터 ‘천재’라며 인정받기 시작했다. 1970~80년대에 도천 천한봉의 작품들은 일본에 ‘도자기 한류바람’을 일으켰다. 천씨는 “눈을 감기 전, 꼭 이루고 싶은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에서 건너가 일본 국보로 지정된 조선사발(이도다완·井戶茶碗)을 재현해 보는 것”이라고 했다. 입력 : 2004.08.10 18:03 53' 문경 = 신지은기자 ifyouare@chosun.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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