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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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알학교 음악홀 도자벽화 만든 中도예가 주러겅
밀알학교 음악홀 도자벽화 만든 中도예가 주러겅 이보다 더 아름다울 수는 없다. 건축과 도예의 만남, 시간예술(음악)과 공간예술(도예)의 결합. 눈으로도 듣고, 귀로도 본다. 눈과 귀 모두 만족이다. 그야말로 건축미술과 음향설계의 신기원, 도자예술의 기념비적인 작품이다. 서울 강남에 건물 자체가 예술품인 음악당이 세워졌다. 일원동 밀알학교 별관인 밀알콤플렉스에 들어선 이 음악당은 도예가 건축과 하나로 어우러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이 시대의 건조물이다. 건축가 유걸씨(유걸건축연구소 대표)의 설계, 건축음향 전문가 전진용씨(한양대 교수)의 음향설계, 중국 최고의 도예가 주러겅(朱樂耕)의 도예벽화로 이달초 완공됐다. 지난 19일 우크라이나필의 연주로 테너 조성환씨의 독창을 녹음하는 등 음악당의 단점 보완을 위한 ‘튜닝 콘서트’를 계속 가진 뒤 내년 2월 공식 개관할 예정이다. 음악당 내외부를 도예벽화로 완성한 이 ‘도예 궁전’이 처음부터 지금 모습으로 계획된 것은 아니었다. 전화위복이라고나 할까. 원래는 폭 16ｍ, 길이 25ｍ, 천장 높이 12ｍ에 사이드 발코니가 있는 홀로 설계됐다. 그러나 시공중 단단한 암반을 만나 설계 변경이 불가피하게 됐다. 그 결과 천장은 8.5ｍ로 낮아졌으며, 발코니층이 없어지고 좌석도 500석에서 410석으로 줄었다. 그래도 음은 풍성하지 못해 공간감이 떨어지게 된다. 측면 확산(擴散)을 위해선 확산판이 필요했다. 이때 홀 외부에는 주러겅이 가로 18ｍ, 세로 8ｍ의 벽에 거대한 꽃의 물결로 넘실대는 ‘생명의 빛’이라는 도벽을 제작하고 있었다. 음향설계자 전진용씨는 이 주러겅의 작품에서 ‘세라믹 확산체’의 힌트를 얻는다. 음향의 난반사(확산반사)에 가장 좋은 효과를 내는 이상적 소재인 세라믹. 하지만 조형의 어려움 때문에 공연 건축에 한번도 시도되지 않은 재료다. “천재 도예가 주러겅이라면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인연이 닿으려고 했을까. 전씨는 마침 국제표준화기구(ISO)의 연구위원으로 확산계수의 측정방법 개발에 참여한다. ISO의 워킹그룹은 전세계 음향학자들의 모임이며 재료 및 확산체의 형상개발이 모임의 목적이었다. 이 과학적 방법의 개발이 없었더라면 확산체를 설계해도 정확한 계산이 없는 주먹구구에 머물 수밖에 없었다. 밀알음악홀은 이 측정방법의 개발 이후 인위적인 확산체를 세계 처음으로 사용했다는 기록을 세우게 된다. 확산체는 처음 확산율이 좋은 반구(半球) 형태로 계획됐으나 조형적인 면을 고려해 정·장방형의 기하학적인 형태로 바뀌었다. 지난해 봄 주러겅은 상자형태의 세라믹 시제품을 갖고 서울에 왔다. 크기는 정상의 기술답게 일정했다. 그러나 1,330도의 고온에서 구워 소리가 닿는 면이 안으로 오목하게 파인 모습이었다. 실패였다. 오목한 곳에 부딪힌 소리들은 멀리 반사되지 못한다. 밖으로 볼록한 형태여야 한다. 표면 두께는 확산반사의 효과를 위해 12㎜ 이상 이어야 한다는 설명을 하면서도 전씨는 기대를 크게 하지 않았다. 워낙 어려운 작업이었던 것이다. 반년이 흘렀다. 작년 가을, 주러겅은 다시 왔다. 그는 가방에서 시제품 하나를 꺼내 볼록한 면을 바닥에 대고는 빙글 빙글 돌리면서 미소지었다. 성공이었다. 4개의 옆면은 모두 편편하고 소리가 닿는 한 면은 밖으로 볼록했다. 옆면은 편편해야 틈새없이 붙여 나갈 수 있다. 틈이 벌어지면 소리가 빠진다. 그는 입방체와 볼록한 것을 따로 만들어 붙여 굽는 방법을 쓴 것이다. 높낮이와 크기 등은 전씨가 설계했으나 색깔 등은 주러겅이 스스로 디자인했다. 거기에 또 물결을 이루듯 전체를 통일감 있게 디자인했다. 고온에서 이처럼 정교하게 도자기를 구워낼 수 있다는 것은 기적이나 다름없었다. 음악당 내부의 파스텔톤 벽화는 양쪽 벽 12면을 장식한다. 우선 높이 8ｍ에 달하는 스케일이 보는 이들을 압도한다. 수천개의 입방체가 모였지만 각기 다른 크기와 높낮이, 색상으로 다양하게 변주되면서 그윽하고 안온함을 안겨준다. 음악당 외부의 ‘생명의 빛’은 가로·세로 38㎝의 작은 벽화 540개가 하나의 작품을 이룬다. 순백의 꽃은 예술의 순수성과 생명의 힘을 표현하고 있다. 또 수묵의 농담이 연출된 작품, 사진이나 그림보다 더 사실적으로 대상을 묘사한 작품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신기에 가깝게 표현한 벽화들이 다른 벽들도 장식하고 있다. 주러겅 스스로도 놀랐다고 한다. 벽화를 제작하는 2년간 그는 무수한 실험과 연구를 했다. 성형된 작품의 크기를 일정하게 깎아주는 기계를 개발해낼 정도로 벽화제작에 온 힘을 기울였다. 사용한 흙만 54t에 이르렀다고 한다. 오광수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작가 필생의 야심작”이라며 “기교도 뛰어나지만 조형적인 면에서도 매우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도예벽화”라고 극찬했다. 음향효과도 만점이다. 중고음은 확산이 풍성하고 저음은 잔향이 충분해 따뜻한 느낌을 준다는 평을 받았다. 같은 규모의 음악당 잔향시간이 1~1.2초이지만 밀알음악당은 0.5초가 더 긴 것으로 측정됐다. 홀 안에서 멀리 떨어진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어도 귓소리처럼 가깝게 들릴 정도다. 우크라이나필의 지휘자 블라디미르 시렌코는 “소리가 잘 섞이며 연주시 악기끼리 커뮤니케이션이 잘 된다. 지휘자 입장에서도 밸런스가 좋았다”고 말했다. 해외 반응도 호의적이다. 음향설계자 전진용씨는 지난 6월 러시아에서 열린 국제오디오협회 학술회의에서 세계 최초의 세라믹확산체 시공을 발표해 참석자들을 놀라게 했다. 최근에는 뉴질랜드 음향재료회사의 매니저가 소문을 듣고 찾아왔다가는 아름다운 모습과 반사음향효과에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밀알콤플렉스 건립·운영책임자인 홍정길 목사는 “무대의 확산판도 주러겅의 세라믹으료 교체할 예정”이라며 “공연장에 잘 가지 않는 전문연주자들이 즐겨 찾는 음악당으로 운영해나가겠다”고 말했다. －［취재수첩］주러겅은 누구인가?…도예가문 출신, 회화자기 중국 최고 평가－ 주러겅(朱樂耕)은 1952년 세계 도예의 중심지인 장시성(江西省) 징더전(景德鎭)의 도예가 가문에서 태어났다. 그의 아버지 역시 도예로 명성을 떨쳤지만 문화혁명때 혹독한 시련을 겪다 세상을 떴다. 하지만 주러겅의 도예 열정은 꺾이지 않았다. 그는 어린시절부터 오채(五彩)를 가지고 놀 만큼 좋은 도예환경속에서 자랐다. 거기에 전통 중국회화를 익혀 그의 작품은 여느 작가들과 달리 회화성이 강하다. 그의 오채 회화자기는 중국에서도 최고로 꼽힌다. 그의 도자기는 생활도자기에서 출발했다. 실용성이 없는 도자기는 작품으로 인정하지 않는다. 전통 재료를 쓰지만 현대적 조형언어와 미적 감각을 살린다. 그는 철저히 자연속에서 소재를 찾는다. 그의 도자기는 또 무광 유약을 사용해 풍부한 색채를 살리고 있다. 번쩍거림이 없다. 그래서 그의 작품은 실제보다 더욱 사실적이다. 푸릇푸릇한 채소나 푹 삶은 호박의 질감을 도자기에서 그대로 재현해낸다. 그는 끊임없이 도전하는 노력파이다. 어딜가나 도예가를 만나고 관련 서적들을 사들인다. 널찍한 침실을 마다하고 가마 옆에서 잔다고 한다. 밀알음악당의 도벽을 제작하는 지난 2년간 그가 세수하는 모습을 본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제자들이 입을 모을 정도다. 징더전도자대학에서 연구생들을 가르친다. 예술적 동반자인 부인 팡리리(方李莉) 박사도 베이징(北京)대 교수로 재직중이다. 주러겅의 도예전이 밀알음악당 옆 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이용 전문위원 lyon@kyunghyang.com 발췌/ 경향신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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