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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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의 도시 김해]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보고 느끼고 만들고… '흙美만점' 놀이터 유럽의 유서 깊은 도시를 찾았을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여행코스, 바로 미술관이다. '가야의 고도' 김해에도 한 번쯤은 반드시 들러봐야 할 독특한 미술관이 하나 있다. 세계 최초의 건축도자 전문미술관인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이 그곳이다. '김해토기의 고향' 김해시 진례면에는 꼭대기가 금빛으로 빛나는 탑 하나가 있다. '클레이아크(Clayarch,흙(clay)과 건축(architecture)의 합성어) 김해미술관'의 상징인 클레이아크 타워다. 전시관 건물과 동일한 종류의 타일로 벽이 장식돼 있다. 멀리서 봐도 예사롭지 않다. 지난 3월 문을 연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은 전시관의 아름다운 타일 벽 때문에 '옷 갈아 입는 미술관'이라는 별명이 붙었다. 원통형의 전시관 건물을 뒤덮고 있는 타일은 총 5천36장. 접착식으로 벽에 붙인 게 아니라 탈부착이 가능하게끔 제작돼 있다. 따라서 타일을 알루미늄 틀에 맞춰 바꿔 끼우면 전혀 다른 외관으로 변신한다. 아직 개관한 지가 얼마 되지 않아서 '옷'을 갈아입은 적은 없지만,5천 장이 넘는 타일을 일제히 교체하는 시기가 되면 그 역시 대단한 볼 거리가 될 것이다. 엄밀히 말하자면,이 타일은 그 자체가 '작품'이다. 미술관의 '제1호 소장품'이랄 수 있는 이 타일은 클레이아크 김해미술관 신상호 관장의 '파이어드 페인팅(Fired Painting)' 작품으로, 흙과 건축의 만남을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불에 구운 그림' 정도로 해석될 수 있는 '파이어드 페인팅'은 그 화려한 색깔과 무늬로 관람객들의 눈길을 단박에 사로잡아 버린다. 막 도착한 한 무리의 단체 관람객이 미술관 입구에서 "와~" 하고 탄성을 내지른다. 전시관 안으로 들어선다. 이곳에서는 세계 10개국 작가 16명의 작품 47점이 전시된 '세계건축도자전'이 10월 3일까지 계속되고 있다. 벽돌,항아리,타일 등 다양한 형태의 건축도자 작품들을 차례로 둘러보다 보니 어렵게만 느껴졌던 '건축도자'의 개념이 조금씩 와 피부에 와 닿는다. 전시기획팀 직원 최은경씨는 "건물에 들어간 흙으로 된 재료는 모두 건축도자라고 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이라면서 "지금까지는 콘크리트가 건축 재료의 대세였지만,웰빙 트렌드를 따라 흙이 다시 건축재로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흙이라는 재료가 가진 친환경성과,도자작품이 갖는 예술성은 일반 관람객들에게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전시관 작품 중에서 관람객들이 유난히 관심을 보이는 작품, 신동원의 '하얀 욕실'은 친근하면서도 독특하다. 이 작품은 변기,세면대,욕조 같은 욕실의 풍경을 하얀 타일 20장에 나눠 담고 있다. "우리집 욕실에 가져다가 붙이고 싶을 정도예요. 아무래도 주부들은 도자기라든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으니까 이쪽에 눈이 갈 수밖에 없네요." 김해에 산다는 관람객 조을숙(44)씨의 이 말은 건축도자의 대중화 가능성을 엿볼 수 있게 한다. 전시관 내부에 있는 화장실 역시 놓치기 아까운 구경거리다. 도자로 된 변기와 세면대,타일이 감각적으로 조화를 이루고 있다. 작가 조성자씨의 작품이다. 남자 화장실 여자 화장실 따위를 안 가리고 1,2층 네 곳의 화장실 모두를 둘러 보고 나서야 직성이 풀릴 정도로 예쁘다. 다만,2층 화장실은 남녀 화장실 모두 옥색 타일로 장식돼 큰 차이가 없고,1층 역시 타일 색깔이 녹색과 빨간색으로 보색 대비를 이루고 있을 뿐 별 차이가 없으므로,지나친 호기심 탓에 불필요한 오해를 사는 일은 삼가시길. 전시관 밖 도자점 로비에서는 '중국 한대 가형명기(家形明器)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가형명기'란 사람이 죽은 뒤에 함께 묻어주던 집 모양의 작은 토기를 말한다. 집은 물론 창고,축사,방앗간 등의 부속건물과 함께 닭,돼지 같은 가축까지 앙증맞게 빚어놓았다. '센스'가 돋보인다. 당대의 건축양식과 생활양식을 엿볼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전시관을 다 둘러본 뒤에는 야외 산책로를 따라 피크닉 공원에 가 보자. 고대 중국의 성에 깔려있던 것과 동일한 종류의 판석(板石)이 산책로를 따라 가지런히 깔려 있어서 발걸음이 더 위풍당당해진다. 도심에서는 들을 수 없던 풀벌레 소리와 갖가지 새 소리도 기분을 좋게 한다. 피크닉 공원에는 벤치가 마련돼 있어서 가족과 함께 간단한 도시락을 준비해 와 먹어도 괜찮겠다. 피크닉 공원에서 조금 더 올라가면,오는 길에서부터 눈길을 사로잡던 20m 높이의 클레이아크 타워를 만날 수 있다. 언덕 위의 이 탑 역시 1천여장의 '파이어드 페인팅' 타일로 덮여 있다. 유약을 발라 매끈한 이 타일들은 정사각형 모양으로 같은 크기를 하고 있지만,무늬는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이 없다. 사각형을 사선으로 나눈 고유의 문양을 가만히 들여다 보고 있으니,이번엔 사선이 만나 이루어낸 마름모꼴 형태가 도드라지게 떠오른다. 클레이아크 타워는 이처럼 다양한 색깔과 형태가 묘하게 어우러져 원시미술의 단순하면서도 강렬한 아름다움을 하늘을 향해 쌓아가고 있다. 발 아래로 펼쳐진 진례면의 풍경은 푸른 논이 압도적이다. 건축도자의 주재료인 흙,'생명의 원천'이자 '삶의 터전'이라는 흙의 실체와 마주하는 순간이다. 이제 흙의 감촉을 손으로 직접 느껴보는 일만 남았다. 연수관 옆 체험관으로 가 보자. 작업실에는 최대 50명의 인원이 들어갈 수 있고,3명의 강사가 상주하고 있어서 누구든지 도자 체험에 참여할 수 있다. 일일 체험료는 5천원~2만원. 단체 체험은 반드시 예약을 해야 한다. 매주 월요일 휴관. 문의 055-340-7000. [부산일보 2006-07-13 12:12] 글=이자영기자 2young@busanilbo.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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