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타일 인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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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개막 광주비엔날레 가보니..
제 목 : 10일 개막 광주비엔날레 가보니 … 출구 없는 길로 내몰리는 병사들을 표현한 전준호씨의 ‘또 다른 기념비를 위하여(사진)’ 잔칫집 치고 너무 차분하다. 쿵쾅거리는 망치질 소리로 부산하던 여느 해의 비엔날레 전시장이 아니었다. 9일 오전 광주광역시 북구 용봉동 광주비엔날레 주전시관. 제5회 광주비엔날레의 개막을 하루 앞두고 공개된 전시장은 10년 연륜이 거저 쌓인 것이 아님을 보여줬다. 국내외 언론인 120여명이 참석한 프레스오픈에서 이용우 예술총감독이 강조한 점도 '성숙한 비엔날레'였다. 그는 "광주 시민 정신이 모태가 돼 태어난 광주비엔날레는 올해 참여관객제를 도입함으로써 형식에서 광주의 혼을 잇는 급진성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이 감독이 강조한 '참여관객제'는 감상자의 위치에 있던 관객을 미술가와 협업작업을 벌이는 동반자의 관계로 끌어올린 새로운 형식이다. 42개 나라의 작가와 일반인 60명을 묶어 실험한 '참여관객제'는 세계 각국에서 벌어지는 수백개 비엔날레와 광주비엔날레를 차별화하려는 정치적인 인상이 짙었다. 과연 비엔날레의 권력자로까지 불리던 큐레이터(전시기획자)는 이번 비엔날레의 중심 동력이라 추켜세워진 관객과 그들을 파트너로 맞은 미술가를 잇는 중개자로 물러섰을까. '먼지 한 톨 물 한 방울'을 주제로 내세운 전시 공간은 이상하게 찬 기운이 돌았다. 21세기 인류 문명에 동양정신을 제안하고 싶었다는 예술총감독의 뜻은 몇 몇 작가를 빼고는 제대로 이해받지 못한 듯 보였다. 소멸을 상징하는 먼지와 생성의 본질인 물을 표현하려는 작가들 노력은 눈물겨웠지만 아쉽게도 생명력을 잃었다. 맥박이 없었다. 너무 완벽하려는 전시장 행정에 짓눌린 것인가. 2년마다 미술이 걸어가고 있는 가장 신선한 발걸음과 노력을 보여주는 축제로서의 비엔날레는 아니었다. '참여관객제'의 실험이란 명분에 매달려 정작 미술은 뒷전으로 밀려난 것은 아닐까 싶었다. '참여관객제'란 낯선 과정 속에서 관객과 미술가 양쪽이 겪은 어려움도 커보였다. 고은 시인과 작업한 박불똥씨는 전혀 긴밀하지 못했던 참여관객과의 소통 부재를 시집 '만인보'를 낱낱이 찢어서 벽에 붙이는 것으로 갈음했을 정도다. 인도 출신 조각가 애니시 카푸어는 그와 맺어진 산토시 바부 신부와 단 한 번도 연락하지 않고 작품을 냈다. 물론 행복한 협동작업도 있었다. 광주지역의 인권운동가인 최완욱씨를 짝으로 맞은 전준호씨는 그와의 대화와 토론을 거치며 미국의 제국주의적 패권체제를 풍자하는 '또 다른 기념비를 위하여'를 출품해 좋은 평가를 받았다. 일본 작가 미야지마 타쓰오는 도쿄대 교수인 고바야시 야수오와 논의하는 중에 물없이 물을 묘사한 일본 전통 정원의 맥을 잇는 작품 '시간의 바다'를 완성할 수 있었다. 설치미술가 이경호씨는 전시장 바닥에 즉석 쌀 뻥튀기 기계를 설치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모두의 입을 즐겁게 해 인기몰이를 했다. 그는 이탈리아의 패션업체인 프라다의 대표와 손잡고 싸구려 뻥튀기를 명품 프라다의 봉투에 담아준다는 기발한 발상을 내놨다. 쌀이 튀겨질 때 나오는 김을 생명으로, 그 김의 증발을 소멸로 보아 먼지와 물을 표현한 이씨는 싸구려와 명품이란 상반된 가치가 나란히 할 수 있음도 보여줬다. 관객들이 즐겁게 동참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눈길을 끌었다. 올 광주비엔날레는 세계 미술계에 '참여관객제'란 새 방법론으로 화제가 될 수 있겠다. 하지만 미술은 정치가 될 수 없다는 것, 미술은 관객과의 소통에 앞서 미술가의 고독한 창작의 결과물이라는 본질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 자리였다. 11월 13일까지. 062-608-4114 중앙일보/정재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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