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환경조형물의 제도개선 과제

70년대부터 국내에 적용되기 시작한 환경조형물의 설치제도는 그간 조형예술 분야에 적지않은 기여를 해왔다. 우선 종래의 기념동상과는 다른 의미에서 환경조형에 대한 인식이 정립되었으며, 이로 인해 도섬에는 다양한 환경조형물이 선보이게 되는 등 도시내의 조형적 배려가 확산되었다. 이뿐만 아니라 예술가들의 창작여건과 예술활동도 크게 활성화되었다. 그러나 시행 20여년이 지나는 동안 초기의 의도와 예상을 넘어서는 여러 가지 폐해가 나타나게 되어 해당분야에서 뿐만 아니라 일반에 까지 그 제도의 개선에 대한 의견이 폭넓게 확산 되고 있는 실정이다.

본래 이 제도는 구미 선진국의 그것을 국내에 적용한 것인데, 1973년 문예진흥법이 제정되면서 이를 반영하였다. 구미의 경우 2차 세계대전 이후 폐허화된 도심을 재개발하거나 산업화의 진전으로 도심에 대한 재건축이 진행될 때 이 제도를 준용하였다. 물론 미국의 경우 1920년대 말 대공황 하에서 예술가들의 실업구제 수단으로 시작된 오랜 전통을 가지고 있기도 하다.

통상 1%법으로 지칭되는 이 제도는 신규 건축물의 건립시 일정 규모이상의 건축물에 대하여 건축비의 1%에 해당하는 경비를 반드시 건축환경 조형물의 설치에 활용토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제도는 도시환경의 개선과 예술가들의 창작여건 개선이란 양대 효과를 가지지만 국내의 경우 이 제도는 당초 취지에 부합하지 못하는 결과를 빚고 있다. 일부 특정 조형예술가들에게만 제작이 몰려져 조형물의 다양성이 제한을 받거나 건물마다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조형물의 설치는 주변경관이나 환경여건에 부합되지 않는 무분별한 설치를 통해 도시 공해적 요소로까지 문제점이 파급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는 건축주의 취향에 의해 조형물이 결정되는 관계로 심미적 감식안에 의한 조형물의 설치가 곤란하기 때문이기도 하며, 이러한 생태를 감안하여 화랑이나 비전문적인 중개업자들이 자신들의 영리 추구만을 위해 무분별하게 작품과 작가를 건축주에게 제안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또한 건축주들에게 이 조형물의 설치는 탐탁지 않은 의무조항으로서 저렴한 가격으로 설치하고자 하는 요식적인 심리가지 배적이다.

이러한 실정이다 보니 조형물 설치작가 또한 건죽주로부터 제시되는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건축주는 작가에게 실제 제작경비보다 저렴한 가격에 제작토록 요구하고 있는 것이 통례이다. 통례적으로 규정 예산액의 50∼60%선으로 제작을 하면서도 이 제작비 중 일부는 작가개인의 소득 세로 공제되며 이중 40%정도가 화랑이나 중개인들의 커미션으로 지출되고 있는 실정이다.

결국 현행 제도 하에서 환경조형물은 조형물로서의 효과도 크게 거두지 못할 뿐만 아니라 작가들의 창작 활성화에도 실질적으로 기여되지 못하는 결과를 드러내고 있어 당초 법제화 초기의 이상적인 취지를 크게 왜곡시키고 있는 실정이다.

미술계 일각에서는 환경조형물 설치제도에 대한 개선을 10여년간 지속적으로 제기해오고 있다. 그러나 기득권을 가진 일부 예술가들의 반발과 행정편의 주의, 그리고 대안부재의 여건 등으로 문제가 많은 이 제도가 개선되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본고에서는 이 제도의 실질적 운영을 위해 다음과 같은 제도적 개선책을 제안코자 한다. 우선 이 제도의 새행과 운영을 전문성을 가진 전담기관에서 관장토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는 각시도의 조례에 근거하여 각시도에 사안을 관장하고 있으나 전문성의 한계로 외부의 자문위원들을 통해 운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정실과 부조리가 파생되기도 하는등 제도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현행과 같이 비전문적인 시스템하에서는 구조적인 악순환을 반복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둘째로 환경조형물은 개인 건축주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며 공공의 자산이라는 인식을 실질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제도적인 장치를 만들어야 한다. 개인 건축주는 건축비의 일정비율에 상응하는 경비만을 환경조형부담금으로 사회에 부담하는 것으로 책임 완수를 하는 제도가 필요하다. 실제로 예술작품에 대한 전문성이 없는 건축주들이 자신들의 취향에 맞게 작품을 선택할 수 밖에 없는 이상 환경조형물 본래의 의미는 성취되기 어려우며, 이러한 실정에서 건축주는 중개업자에게 작품구입을 의뢰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불필요한 경비 누수가 생기기도 한다.

셋째 실질적 환경조형물의 설치를 위해서는 선진국의 제도처럼 공모제를 실시해야 한다. 이러한 제도를 통하면 설치될 환경조형물이 주변 환경여건에 부합되며 예술성이 보다 높은 작품들이 설치될 수 있을 것이다.이때 의사결정과정에 전문인 뿐만 아니라 타지역 주민의 참여를 통해 거주자들의 취향과 정서가 반영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넷째 위에 제시한 세가지 조건을 보다 효율적으로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환경조형물의 설치와 관리를 위한 별도의 공적 기금의 신설이 팔요하다. 현재와 같이 개인 건축주의 경비부담을 기초로 개인건축물에 환경조형물을 설치하는 제도하에서는 공공적 성격을 충족시키는 예술환경조형물 조성은 한계가 있다. 실제로 건축주에겐 의무화된 환경조형물 설치가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어 예산절감을 위한 각종 편법과 마지못해 형식요건만을 충족시키기에 급급한 실정이다.

이러한 여건하에서 본래의 취지에 부합되는 결과를 얻어내는 일은 무리이다. 따라서 건축주들이 부담하는 설치비를 공공기금화 하여 이를 엄정하게 운영 관리토록 한다면 여러 가지 제도적 맹점을 해결하며 실효를 거둘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이를 위한 실질적 대안으로 이 기금을 문예진홍기금으로 편입시키며 환경조형물의 설치와 관리운영을 문예진흥원과 같은 전문 공공기관에서 관장토록 하는 방안을 제안하고 싶다. 문예진홍기금 재원개발이 한계에 부딪치고 있는 실정에서 재원조성에도 효율적인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며, 환경조형물 설치를 의무화한 당초 문화예술진흥법의 입법취지에도 부합되는 이중의 실효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문화도시 문화복지 제17호(1997. 7.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