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가로 살아있기도 어려운 세상 - 대학교육의 "분발을 촉구"

[도예교육]에 바란다...

오늘의 현대도예는 산업도자, 전통도자 조형도자 등등 한국도예의 같은 뿌리임에도 아직까지도 산학협동은 고사하고 교류되지 않는 계속되는 방황으로 망국병과 같이 당파적 전략으로 서로 세속화, 비화하면서 새로운 밀레니엄 시대를 맞고 있다.
이러한 방황은 우리의 도예계가 안고 있는 전통성 없는 교육과 산업적 역량에도 미치지 못하는 현대도예의 낙후성 등 도자교육의 전반적인 교육의 방향과 체제에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것은 오늘날 우리나라 도자산업체에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한국도예의 총체적 문제로 진단하고 그 실마리는 현대도예의 정립과 정체성 회복을 위한 지름길이 될 것도 같다.
( 물론 여기서 이 글이 주관적인 사견임이 당연하다하여, 건방지다고 비웃음을 살지 모르겠지만...도예인의 한사람으로 평소 수년동안 느껴온 일을 본 사이트에 붙일 만한 글이 없어 시간 좀 있다고 나름대로 주절 거렸는데.. 반론이 있을 경우 답장은 좀 늦어질 것임 - 왜냐? 이후로는 시간이 거의 없음 )

누구 말대로 도예가로 살아 있기도 어려운 세상에서 전공인 모두가 나름대로 도예가로 살아남아야 나도 살 수 있다는 거국적인 시각이 필요한 때라고 생각한다.
도예전공자의 졸업 후를 보면.. 열악한 대학교육에서 대충 졸업(작)만하여 능력이 없는 줄 아는 탓에 취업할 생각도 없고, 전공능력이 없다고 판단한 산업체에서 아예 채용계획조차 없으니 구해 볼 때도 없는 현실만 탓할 뿐이지 딱히 빈둥거리며 작품?생활인지 취미?생할인지 외에는 할 일이 없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다.
그러니 교육하기 편한 순수작가를 찬양하는 현실에 안주한 작가?교수와 고교졸업 후 힘들게 입학한 미대생의 우월감에 4년 후의 일은 내다볼 겨를도 없이 학창시절에 안주한 학생들과 공동공생하며 같이 배운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학교에 있을 때 학교 밖을(사회) 준비해야 함에도 단지 도예과는 취업이든 공방이든 졸업 후는 나 몰라라 교수든 학생이든 편한 길이 "작가의 길"이라는 착각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말처럼 작가?의 길은 쉬운가?
여타 학과보다 예술이론적인 전문성이라도 뛰어난 것도 아니면서 더구나 회화처럼 간단한 도구를 요구하는 정도가 아닌, 작업에 집중할 도자공방을 빌려 쓰거나 여유돈이 많다고 도자작업 시설의 기반이 가능한 것도 아니지 않은가.
또 용케 작업장이나 작품을 만들어도 미술시장의 공예작품 천대로 품값도 건지기 어려운 현실에서, 말이 전업작가이지 이 좋은 세상에서 흙 만지다 졸업한 이유로 흙과 함께 숨쉬기가 시골농사가 짓기가 차라리 나을 것이지..(물론,농사도 흙만 좋아한다고 되는 일은 결코 아니지만...)

고등교육을 거친 전문교육의 결과가 대부분 낭비되고 방황하는 도예인으로 이렇게 살아 있기도 어려운 현실은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라고 보여진다. 교직에 있어야 작가대접하는 잘난 사람은 잘 난대로만 사는 오늘의 그곳에 몸담은 잘난? 도예가인지 교육자인지 모를 대학교육 담당자들의 무책임을 탓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여기에는 본인이 존경하는 분도 계시고, 학교교육의 구조적 문제가 더 큰 이유가 될 수도 있겠지만.. )

다시 말해 내 도자기?만 최고가 아니라 우리도자기, 한국의 도예를 생각하는 진정한 도예가가 있어야 한다. 그래야 반세기 역사를 지닌 (도공)선조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전문적인 장인으로 남을 수도 있고 또 제자가 되는전문 도예가를 키울 수도 있지 않겠는가?
오늘의 산업체든 대학이든 아마추어가 판치는 세상에서는 도예의 전문적인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다.
책임지는 교육자, 책임있는 도예가가 나오길 바란다.

다들 도예전공을 작정하고 입문한 바에는 도자공예가(도예가)로서 전문성을 가져야 하고 전문인이란 바로 그 분야에 책임있는 사람인 것이다. 자신의 공예작품 하나가 사회에 끼치는 영향, 산업에 끼치는 영향, 이제 배우는 도예 입문자들에게 끼치는 영향 등을 고민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때 과천의 현대미술관에 미국의 현대미술을 끌고 왔을때 백남준씨의 말처럼 "우리의 자라는 예술가들에게 무엇이나 먹고 소화할 수 있는 튼튼한 이빨을 제공하기 위해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국내 유치시킨 꼭 일회성 미술전시와 같은 분위기로 예술의 다양성을 보여준 대단한 전시가 몇 년전에 있었다.
1993, 미국 휘트니 비엔날레 서울 전시로 파격적 표현과 실험작들로 모두가 눈이 휘둥굴해지는 그러나 비판의 목소리도 없지 않았지만.. 보수적인 당시 한국적 현대미술가들에게 서구를 대표하는 "미국 현대미술"의 다양한 미술성을 보여준 너무나 소중한 전시였던 것으로 지금도 잊지 못한다.(배운게 도둑질이라는 속담처럼, 공예학교시절 전통도자에 길들여진 보수적 미술의 의식이나 선입견마저 잊어 버리게 하는 충격.. 얼떨떨.. 그런 때가 있었다.)
그런데 오늘날 현대미술도 아닌, 우리의 현대도예는 어떠한가? 아마도 이러한 미국의 현대미술과 맥을 같이하거나 이보다 더 파격적인지도 모른다.
다양성도 좋지만 왜 모두가 유희적이고 이벤트적이야 하는가? 언제부터 현대도예가 현대미술의 주류가 되었던가? 모두가 휩쓸려 가면서 어디.. 누군가에게.. 뭘 보여주고 싶은 것인가?

특히 대학의 학부 3년을 여기에 매달리는 순수?도예를 보자. 아직도 작품의 제작동기나 의도가 반영된 것은 고사하고 기본 성형에서부터 문화센타 취미생같은 모델링 기법에 편중되어있다.
그리고 한곳의 가마(대부분 담당기사)로 구워 다양한 유약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완성도 떨어진 작품(물품)으로 "전시를 위한 전시" 인 한때를 보이기 위해 졸?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전시나 이들을 상대로 매년 개최되는 특징없는 가지많은 공모전에 선별한 작품도 이러한데 단체전이나 개인전은 말해서 무엇하며 여기에 2년제 단과대학까지 합세하여.. ?? 학생-작품?이란..(이러한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출발 하였는가?

이것은 먼저 도자공예도 모르는(도자공예를 도예로 분리하는)도예교육자에게서 찾아야 할 일이며, 제도권 속의 교육형태나 방법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라고 나는 생각한다.
학생들의 반복된 트레이닝을 통한 기초교육보다는 우선 보기 좋은 소모적인 작품전시를 부추기는 교수, 볼거리에만 집착한 말 그대로의 졸?전 등 모두가 보이는 것에만 집착한 줄세우기(파벌주의) 교수와 내실 없는 교육행정이 여기에 한 몫하고 있다.
세력과시에 한몫하는 끼리를 위한 그룹전이나 집안잔치를 위한 단체전 등 이러한 형식적 겉치레로 만드는 잘못된 "작가의식"이 일반인들의 "도자공예""도예전시"를 멀리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가 되고 있다.
이러한 수년의 병폐가 계속되어 지원자가 줄고 수준미달자를 졸업장만 주고 배출한다면 도자교육이 전공이 될수도 없고, 취미학과도 아닌 문화센타에도 밀려가니 전문교육의 무용론이 나올법하다.
대학 3년의 과정으로 도예작가? 배출은 고사하고 실업자만 양산하는 방치교육으로 계속된다면 이는 엄청난 국가자원의 손실이다.

학생들이 배우는 지정된 교재도 없으면서 연구실적을 위해 발간되는 "도자공예" 관련서의 재탕 삼탕의특징 없는 내용들(비슷비슷한 관련서가 생각보다 많다.. 그 중에서 100년의 역사가 고작인 미국도자를 바탕으로 한 번역서가 그나마 알찬?..), 알맹이 없는 논문형식으로 그저 연구실적 채우기에 급급해 하고 있다.
도예 교육자로서 또한 입문한 선입자로서 조형도자를 고집하고 있다면 현대도예 정립을 위한 조형도자, 도자조각 분야에 자신 있으면 현대도예 정립을 위한 도조, 설치도자에 지대한 관심이 있다면 현대도자 정립을 위한 설치도자 등등 주장하는 전문지식이나 자신의 도자예술의 성향이라도 정립하여 오늘의 입문자들에게 한국 현대도예의 정체성을 일궈 나갈 수 있도록 교육의 전문적인 새로운 지침기준이라도 내 놓아야 할 것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한국 현대도예가 이러한 도예의 몇몇종의 부류 속에서만은 찾아지지 않는데 그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순수 도예적 성향과 같은 "한 두 가지의 예술의 긍정적 의미로 해석한" 이러한 엘리트문화 위주의 도예로서 "한국 현대도예"라 칭하기에는 어딘가 어설픈 꼴이다.
즉, 전통(전승)도자와 산업(생활)도자와 같은 대중 기반적 도예문화를 외면하고는 현대도예의 정체성을 정립한다면 총체적이지도 못할 뿐만 아니라 국적없는 자가당착(自家撞着)적인 모순에 빠질수밖에 없다는 얘기이다. 따라서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 도예의 정체성 역시, 계속 표류하게 될 것이다.

도예가로 남기가 힘들어서 교수직을 찾고 또 도예가인지 교육자인지 모를 교육현실에 안주하게 되면 다시금 자신의 과정과 같은 학교 파벌주의 가진 작가 운운하며 살아남기 어려운 전공 실업자만 양산하는 악순환의 고리를 볼 때 대학의 도자교육 시스템에 대한 총체적인 구조조정이 절실히 요청된다고 하겠다.(아마 이쯤 되면 학계의 인맥으로 엮어진 주도 세력들에게 돌맞을지도.. 으~ )

좀더 지나치게 표현하자면 교육의 백년대계가 먹고 살기 위해, 학생보다 나은 것도 없는 교수나, 할 줄 아는게 교직밖에 없는 사람에게 최종적?으로 허용되어 개인의 작업에 골몰하는 작업실로 학교라는 교육의 장이 이용될 뿐이라면 지나친 말일까?
또 그곳을 통하는 전문 인력이 고액의 교육비를 투자했음에도 불구하고, 포괄적이고 사회적인 전문성을 가질 수가 없는 기형이라면 차라리 한국의 도자공예교육은 어찌 보면 그 자체가 해악(害惡)이다.

한국의 도자 예술과 공예교육이 학문적 체계를 가지고 발전해 온지 30여 년도 더 지난 세월 속에서 이 얼마나 비참하고 우스운 일인가? ( 악담을 많이 했다고 뒤에서 칼 맞으면 어쩌지? 人命之在天이라던가. 쩝!)
많은 학생들 중에서 이 나라 대학교육의 구조적 문제가 무엇인지.. 도자예술이 무엇인지 몰라도.. 도예를 좋아한 나머지 이 길밖에 몰라... 열심히 한 죄밖에 없는 전공자들이 졸업과 동시에 다른 길로 다시금 방황해야 하는 비극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우리 도예교육의 현실을 직시한 대학교육 관계자들의 분발을 촉구해 보고자 한다.

1999년 10월 어떤 학부생 메일을 읽다 열받아서...

글 : 李在三(제3도예 대표/도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