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글] 과학·기술자를 춤추게 하라! ( 조선일보 )

줄기 세포를 연구하여 세계를 놀라게 하는 우리 과학자가 있다. 난치병 환자들의 꿈과 생명연장이라는 인간의 욕망이 과연 이루어질지 세계의 눈이 한반도에 몰려있다. 황우석 교수는 요즘 말로 “떴다”고 말해야 옳을 것 같다. 그가 속해 있는 학과의 입시 경쟁률까지 높아졌다니 그 효과가 오래 지속되고 훗날 흥부의 호박씨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시간과 함께 영웅들은 사라지지만 발자취는 남아 있어 보통 사람들의 삶을 풍요롭게 한 그의 업적을 기리게 된다. 자라는 아이를 가정에서 교육시킬 때도, 정의와 진리를 교육하는 상아탑에서도, 이들의 행적이 훌륭한 예로 등장한다. 따라서 그들이 태어난 생가를 보존한다든지, 업적을 알리고 후세에 그 뜻을 전하기 위해 상을 만들거나 기념사업을 하기도 한다. 공학을 하는 사람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행위나 사업은 마치 난해하거나 잊히기 쉬운 현상을 설명하고 체험을 통해 익히도록 하는 실험 교과서 같은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이런 기념사업을 통해 가르침을 주기도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기도 하니 말이다.

얼마 전 황 교수의 생가 보전 사업이 시작된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선배 과학자들의 생가가 얼마나 복원이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겨 인터넷으로 찾아보았다. 요즘 주로 사용되는 검색 엔진을 사용했으나 놀랍게도 찾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과학상이나 공학상에 대한 자료를 검색해 보았다. ‘다산기술상’ ‘장영실상’ ‘특허상’ 이외에 별다른 자료를 찾을 수 없었다. 하지만 문학상을 검색하니 200여 개의 크고 작은 상들이 있었다. 통계적인 숫자만으로 결론을 내기는 어렵지만 커다란 경향은 쉽게 읽을 수 있다. 지난 1970년대에는 건축과 토목 기술이 중동 지역 건설붐을 타고 외화(外貨)를 벌었고, 1990년대부터는 첨단 자동차와 전자 기술을 앞세워 우리 경제를 떠받치고 있다. 심심찮게 ‘과학 입국’을 외쳐대면서도, 1년 365일을 방진복이나 헬멧 속에서 땀 흘리는 기술자에게 주는 상은 왜 이렇게 아껴두었는지 모르겠다.

예전과 달리 국가 경제의 중심에는 기업이 있고, 또 그 속에는 기술이 있다. 전쟁에서 헤어난 지 반(半)백년 된, 결코 크지 않은 한반도가 세계에서 11위의 교역 규모를 자랑하게 된 것은 그 가운데 기술과 과학이 있었음을 기억해야 한다. 전 세계가 사용하는 거의 모든 전자제품에 한국산 반도체가 내장되어 있다는 사실과 멀리 이국땅에서 달리는 한국산 자동차를 보면서 한국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느껴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뒤에서 땀 흘렸던 우리의 숨은 영웅들에게 과연 어떠한 대우를 해 주었는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사오정’이나 ‘이태백’ 이야기들이 이공계 기피 현상과 맞물려 영웅들을 깎아내리지는 않았는지, 미래의 영웅들의 발길을 돌려놓지는 않았는지 생각해 본다. 칭찬은 고래도 춤을 추게 한다는데 국가발전에 기여한 과학자와 기술자의 노고를 치하하는 데 왜 이렇게 인색했는지 반성할 필요가 있다.

기술경쟁에는 2등이란 없다. 1등만이 차별적인 비교우위를 갖고 있지만, 영원한 1등도 존재하지 않는 혼란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재를 가진 자만이 세상을 갖게 되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현재는 과학기술의 시대이다. 우리에게 희망을 주고 후세에 자랑스런 역사를 넘겨줄 수 있는 과학기술자들을 길러내고 예우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아쉽다. 과학기술자를 칭찬하고 그들이 춤추게 하라. 그 가락에 맞춰 우리의 꿈이 완성될 것이다.

* 칼럼 글: 김수원 고려대 공대 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