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이제는 문화다] 요란한 디자인은 ‘공해’

[디자인, 이제는 문화다]요란한 디자인은 ‘공해’

최근 경제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새로운 산업동력에 대해 사회적 관심이 높습니다.
이에 따라 ‘내일신문’은 문화산업으로 부각되면서 도시와 기업을 혁신시키고 있는 공공디자인분야를 독자들에게 소개하고 향후 발전방향을 전망하기 위해 매주 화요일 각계 전문가 칼럼을 20차례에 걸쳐 게재합니다.

우레탄 포장, 과연 안전한가 요즘 유행하는 가로 정비사업을 지켜보면서 느끼는 일이다. 오랜 시간 동안 정비사업 끝에 최종 선택된 바닥 포장재가 형광빛이 도는 녹색의 우레탄 칼라칩 포장이었다.

독한 냄새를 유발하는 접착제를 바르고 얇은 두께의 우레탄 칩을 콘크리트 마감 위에 바르는 장면을 지켜보며, 왠지 불안감이 들었다. 아무리 우레탄 칩 포장재가 환경마크 인증을 받았다 해도 결국 그 소재에는 납, 카드뮴, 수은, 비소 등의 유해성분이 존재하고 대량으로 사용했을 때 빗물로 오염이 발생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이러한 유해성 논란은 이미 학교운동장 인조잔디 사업에서도 제기된 바 있고 아직도 그 논란은 진행 중이다.
얼마 전 C.C.A( Chromated, Copper, Arsenate) 방부목으로 시공된 어느 환경공원에서 비소 중독으로 인한 기형개구리들이 발견된 후에야 공원에는 일체 C.C.A 방부목을 사용하지 못하게 한 사건이 있었다.
C.C.A 방부목은 몇 십 년 동안 조경 및 건축 자재의 대부분을 담당하며 가장 친환경적인 소재로 각광받아 왔었다.

그런데 그 부작용을 지금에서야 확인하게 된 것이다. 안전성 논란을 문제 삼지 않더라도 우레탄칩 포장이 가로 경관과 어울리는지 의문이다. 게다가 냄새는? 가로수와 어울리지도 않고 심지어 가로수에게 아토피를 유발할 것 같은 인공적인 느낌 때문에 오히려 도시경관이 크게 훼손된다.

포장면도 불투수성이어서, 빗물의 배수를 위해 예전보다 더 심하게 경사를 만들므로 보행에도 더 불편하다. 예전에 깔려있던 소형 고압블럭 포장은 비록 내구성은 떨어진다 해도 바닥에 콘크리트를 치지 않아 빗물이 투수되고 땅이 숨쉴 수 있어 가로수에게도 유익하고 환경적으로도 건강한 장점이 있었다.

과연 보도를 설치할 때 어떤 가치를 우선시해야 하는가? 도시 바탕도 없이 덧칠만 하는 꼴 서울의 길을 걷다 보면 어지럽다. 횡단보도만 건너도 서로 다른 디자인의 포장에 볼라드, 심지어 가드레일이 모두 제각각이다.

행정구역이 다르거나 특화된 거리임을 알려주기 위해 그러하다고 하지만 딱히 내부적으로 통일성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아름답지도 않다. 보도패턴도 강렬하고 종류도 다양해 그야말로 포장재의 천국이다.

여기에 공공디자인을 한답시고 새로 덧붙여진 다양한 시설물들까지. 도시의 바탕도 없이 덧칠하며 그림을 그리고 있는 것 같아 마음이 심란해진다.

파리시의 경우 이러한 불합리성을 개선하고자 시 전체의 벤치와 휴지통, 볼라드 등 여러 시설물의 가이드라인을 통합하여 설치하고 있다. 보도의 색상도 검은색 계열로 매우 단조롭게 하여 장소의 특성이 저해되지 않도록 하였고, 특별한 장소는 그 성격이 더 부각될 수 있도록 포장을 눈에 띄지 않는 색상과 패턴의 투수성 돌로 한 것이 대부분이다.

전체 경관의 조화를 위해 통합된 디자인 시설물과 포장이 시 전체에 사용되고 있어 파리시의 가로는 어디를 가도 안정되고 세련미가 풍긴다. 과잉에서 벗어나 본질로 돌아가야 도시는 이미 복잡하고 컨텐츠로 넘쳐나는데 하나하나가 눈에 띄는 차별화를 요구하다 보니 거리의 경관은 균형을 잃어버리고 만다.

공공디자인은 단순히 소재나 물리적 시설을 차별화해서 매력적으로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디자인의 과잉에서 벗어나 본질로 돌아가야 한다. 아름다운 도시경관은 각각의 개별 디자인이 눈에 띄게 아름다워야 형성되는 것이 아니다. 개개의 존재를 전체적 시각에서 겸손하게 절제하고 균형을 이룰 때 비로소 조화로운 경관을 탄생시킬 수 있다.

디자인이라는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기 위해서는 디자인으로 이용자 수준을 교육할 수 있어야 하며 안목이 높아진 이용자가 다시 아름다운 도시문화를 만들어 나갈 수 있다. 디자인의 출발과 귀착점이 모두 문화이어야 하는 이유이다.

전은정 조경포레㈜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