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도예계에서 산학협동(産學協同)은 가능한가?

한국 도예계에서 산학협동(産學協同)은 가능한가?

한국 도예계는 전통·전승도예, 순수지향의 현대도예, 그리고 산업도자의 대략 3가지 방향으로 나뉘어 왔고, 그 흐름이 오랫동안 지속되면서 각자 분리되어 발전해 왔다는 것은 분명 안타까운 일이다.

이러한 한국 도예계의 불합리한 소통구조는 사실 공예의 사회적 기능을 회복하는데 실패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 그 중에도 대학의 도예교육은 전문화되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소위 고등(?)교육을 받은 도예가들이 배출되면서 예술가로서의 지위격상(地位格上)을 꿈꾸는 엘리트주의가 배태(胚胎)되었다고 할 수 있다.
결국 해방이후 40년 동안 학교위주의 아카데미즘이 형성되면서 한국의 현대도예(現代陶藝)는 도자공예의 사회적 역할이 전시활동 위주의 편향적(偏向的) 측면으로 전개되어온 것이다.

그럼에도 실상 오늘날의 조형도자, 미술공예 수준의 대학교육이 부가가치적(附加價値的)인 시장논리에 떠밀려 교육개혁에서 요구되는 대학 경쟁력(競爭力) 강화를 이유로 이제 와서 전통도예(傳統陶藝)나 산업도예(産業陶藝)와의 결속을 도모한다는 것은 일방적인 구호로기업과의 산학협동을 외치는 것뿐이다.
이는 기본적 협약체제는 고사하고 전문인력의 양성에서조차 그 난맥상이 이미 드러난 대학의 도예교육이 도자공예 교육으로 변화하든가 공예의 기본적 실무부터 재교육하지 않는 한 현실적 실현은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물론 여기에는 학교뿐만 아니라, 산학공동의 프로젝트 개발이나 산학협동을 어렵게 한, 전승도자나 근대의 산업도자의 여건이나 산업체에도 원인이 있다고 본다.

특히 전승공예는 전통문화 유산인 공예기술을 유지, 보존하기 위해 세계 각국에서 정책적으로 보호하고 있는 공예 형태이다. 그러나 전승공예가 재현과 모조를 목적으로 한다고 하더라도 이천과 여주 등지에 산재해 있던 전승도예의 경우는 어떠한가?

도자공예의 수요가 많았던 1960년대부터 일본으로의 도자기 수출 붐을 타는 호황시기에도 전통도예의 현대적 계승 문제는 뒷전으로 한 채 청·백자의 재현을 기초로 한 조선 분청사기의 모방 등으로, 우리의 공예문화를 위한 실용적 재창조는 없었다. 이러다 보니 도자의 공예적 활용은 고사하고 미술이나 장식품에 그쳐 국내의 지지기반마저 위협받고, 심지어는 공예문화마저 잃어버리게 되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 최 건,『한국현대공예의 전통과 창작』, 한국미술사 교육연구회 )

산업도자 또한 마찬가지로 수출이 늘어난 장식용품, 주)노벨티용품, 전사대지를 이용해 대량생산되는 수출용 저화도 주)백운도기 등의 수요에 급급한 나머지 전문적인 산업도자 연구나 독자적 개발품에도 소재나 기능적인 면, 조형적인 면에서 여전히 외래적인 미(美)의식과 취향으로 지속되어 우리의 현실적인 도자공예 발전을 더욱 어렵게 만들어 왔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는 현대도예가 서구 현대도자의 모방과 작가중심으로 산업에 기여할 전문성을 결여한 것이나 전통도예의 전통적 재창조보다는 전승도예에서 단순 외형적 모방으로 치달아 양측 모두 전통적 문화유산의 현대화 작업에 소홀해온 것이 오늘의 이러한 문제의 원인임을 부정할 수 없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한가지 유념할 점은 현대도예(現代陶藝)의 제1세대들은 근대화로 산업중흥을 위한 국내 경제적 여건과 공예 환경적 여건이 열악함에도 불구하고 한국적(韓國的) 미(美)의 구현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해 온 반면, 1970년 이후 경제여건이 다소 나아지면서 구미(歐美) 유학을 다녀온 신진세대들과 선진문물에 도취된 맹목적 신봉(信奉) 세력에 의해 외국(外國)의 사조(思潮)가 무비판적으로 수용(모방)되었다는 사실이다.

이 두 가지의 상반된 양상은 한국의 현대도예(現代陶藝)를 진단하는 중요한 척도(尺度)이면서도 ‘한국 현대도예의 정체성’을 확립하는데 적지 않은 장애요소가 되고있다는 사실을 간과하지 않을 수 없다. ( 장동광,「한국현대공예의 전개양상에 관한 연구」, 서울대, 1996 )

이처럼 정치, 사회, 교육적으로 굴절과 왜곡으로 점철된 한국 현대도예(現代陶藝)는 근대이후 미국식 교육제도와 서구 미학(美學)이 급속하게 유입됨으로써 공예전반에 전통과의 단절, 실용적 태도의 저하, 순수 조형의식의 강화라는 측면으로 변화하게 되었다.

이러한 여러 이유에서도 쉽게 그 결과가 찾아지듯이 지금과 같이 대학에서 도예를 전공한 사람이 전승도자나 실용도자(공방도자)에 적응하지 못하고 더구나 요업성향의 산업도자(産業陶磁)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것이 현실이다. 따라서 도자공예의 사회적·경제적 가치보다는 문화·예술적 가치가 우선한 현재의 교육체제는 전승도자나 산업도자를 외면해 왔으며, 대학의 도예교육이 다원화(多元化)되지 못하는 원인으로도 보여진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전제한 우선적 과제는 교육의 전문성을 산업에 연결시키기 위해 산업도자나 전승·전통도자에 대한 정보를 교류하고, 기본적 연구와 실무 여건의 파악을 위해 산업일선에 접근한 교육자로서 실제적 견문을 넓혀야 할 것이다. 이러한 과제가 선결된 후 관련업체와 학교간의 실무협조를 통해 인턴쉽 제도와 학부제와 같은 열린 교육과정으로 디자인과 회화, 조형능력을 고루 갖춘 학생들이 배출될 수 있는 교육적 환경을 조성해 나가야 할 것이다.

즉 산학협동도 좋지만 오늘날의 공예교육 문제가 더욱 절실하다고 본다. 실제적 전문인력이 부족한 산업체에서는 디자인 이론과 공예에 대한 실무를 익힌 전공자를 단순기능 인력으로 보충한다 하더라도 수공예 가치가 더욱 아쉬운 공예의 특성상 이를 마다할 산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다.
출발이 어렵겠지만 이러한 하나의 큰 틀을 형성해 나가는 것이야말로 도예계 전체가 상호보완 해야 할 실제적 과제이며, 나아가 교육을 통한 인재양성은 이러한 여러 문제해결의 가장 중요한 근본이 된다고 할 것이다.

도예가 산업적으로 역할하게 된다는 것은 도예계 자체의 여러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사회적으로는 문화상품의 새로운 창조와 디자인의 고급화를 유도하는 유효한 일이기도 하다.
도예가의 기술(技術)과 창조적 개념이 산업에 효과적으로 활용된다면 이러한 도자공예의 산업성(産業性)은 산업체제와의 결속(結束)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특수한 영역의 공방화(工房化)를 진행함으로써 특정 계층을 위한 개성적인 도자공예품의 창출을 도모할 수도 있다.

불란서의 타피스트리 공방, 비엔나의 금속·가구공방, 베니스의 유리공방, 스칸디나비아 제국의 소규모 도예공방 등인 산학협동의 이러한 가능성을 실제적 사례로 충분히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예술적 표현 가능성을 위한 한국도예의 현대적 연구와 교육체제로의 유입(流入)되고있는 주)공예성(工藝性)으로서의 개성적 가치창조, 산업성으로서의 경제·문화적 재생산으로 이어지는 도예의 본원적 사명으로 산업적 역할에 응용되기를 다시 한번 기대해 본다.

글 : 李在三(제3도예 대표/도예가)

[주석- 참고용어 제공] 235p-

주)노벨티 (Novelty) : 광고효과를 높이기 위해 광고주가 고객에게 증정하는 선물을 말하는데, 열쇠고리나 캘린더, 수첩, 메모지, 볼펜, 라이터 등의 실용소품이 주로 이용된다. 원래 새로운 것, 진귀한 것, 마음에 드는 것을 뜻하는 노벨티는 일반 고객이 항상 이용할 수 있고, 친숙하기 쉬우며, 사용회수가 많고, 내구성이 있으며, 우송하기 쉽고, 단가가 싸서 많은 사람에게 배포할 수 있는 소품위주의 것이 많이 선택된다.또한 다른 광고와의 연결이 가능하고 타인에게 보여주고 싶게 되며, 실용성, 오락성이 있는 것으로 여기에 광고주의 명칭이 새겨지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일반 상품을 구입했을 때 주는 일종의 보너스 개념인 프리미엄(경품)과는 다르며, 회사에 관심을 갖게끔 하는 선물(Gift)의 성격이 강하다.

주)백운도기 (白雲陶器, Dolomite Earthen Ware) : 백운석(Dolomite)을 융제로 한 일종의 정도기(精陶器)이다. 흰색에 가벼운 것이 특징이다. 장식품, 완구, 식기 등에 응용되며 근데 이후 도자, 요업산업의 주요 수출품의 한 유형이 되었다. 그러한 탓에 당시 도기업체의 상징적 용어가 되어 관련업종의 대명사가 되었던 바가 있다. 요즈음에도 로열티 상품으로 백운도기를 생산하는 중이다.

주)공예성(工藝性) : 생활의 정서를 환기시키고 미적(美的) 기능을 회복하는 일로 공예의 새로운 역할로서 그 역할이 기대되는 것이다. 공예는 개성적 환상, 원초적 본능, 물질과 밀접하게 관련되기 때문에 미래의 공예가는 상징적 존재로서의 역할을 지니게 될 것이다. 이러한 움직임은 기계문명이 가져온 대량생산·획일성·합리성, 단조롭고 싸늘한 것에 대한 반발과생활의 미(美)와 전통적인 조형양식에 대하여 눈을 뜬 결과이다. 따라서 공예성의 회복은 사회의 문화적 상징을 정초하는 일로서 그 본원적 의미를 지닌다고 할 수있다. 이러한 바탕에서 본 서(書)에서 표출하고자 하는 환경도예나 현대도예 즉, 도자공예의 본원적 의미를 현대적 공예의 지향성으로 재해석하여 도예(陶藝)개론적 의미를 가진 새로운 용어로 정립하여 사용하고자 하는 것이다.70년대에 들어와서 급속히 발전한 현대공업의 물결은 자연히 공업디자인과 산업공예와 같이 태생적 가치인 수공예의 인간가치를 복원하는 일은 현대 물질문명을 치유하는 또 다른 방법론으로써 모던 크라프트의 탄생을 가져왔다. 현대도예에 강조된 순수미술적 표현과 자유로운 조형성 위주의 작업은 이미 모던 크라프트의 영역으로 자리잡아 가고 있는 공예전반의 새로운 현상으로도 볼 수 있다. 더불어 다양한 디자인 분야에서의 실험도 화가나 조각가에 의한 모던 크라프트와 같은 공예미술의 경향을 지니고 있다. 이러한 넓은 뜻으로 미술 또는 조형예술의 한 부문으로 "생활문화의 창조로서 도예가 가진 생활 미학(美學)의 공예 실용성과 같은 모던 크라프트의 지향성"을 말한다.

저자 : 이재삼 , 제3도예발행 -[도벽@환경도예], 216p 저자 후기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