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칼럼] 공예, 산업아닌 문화로 이해를..

1893년 미국 시카고 국제박람회에 참가하고 귀국한 정경원(大員:인솔 대표)은 경복궁에서 고종 황제를 알현하였다.

고종:우리나라 물품들 중에서 미국인들은 어떤 것을 가장 좋아 하더냐, 몇 번이나 미국 대통령을 보았느냐…접대가 어떻더냐….

호텔리어 니콜의
영어실력 화제!대원(大員):무명피륙, 발, 자개장롱, 자수병풍 등은 여러 나라 사람들이 모두 좋아하였습니다.

고종 황제는 미국 측의 반응과 박람회 참가의 성과, 뒤처리 등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지고 여러 차례 반복하여 되물었다. 한국공예 문화가 최초로 외국박람회에 참가한 것으로 기록된 당시의 일이다. 이로부터 7년 후…. 1990년 파리 만국 박람회에 참가하고 귀국한 민병찬(부원 인솔 대표)이 고종 황제 앞에서 박람회 참가 결과를 보고한 내용을 보면….

부원:서책(書冊), 금박 목조불상, 나막신, 부인용 신발, 보석류, 도자기, 칠보공예품, 악기, 유기 등 우리 민속 공예품을 대거 가지고 참가하였지만 우리 공예품이 정교하지 못해 팔지 못하고 모두 여러 상설 박물관에 기증하였습니다.

1990년 고종 황제는 파리 만국박람회장 내에 경복궁을 재현하여 건립하고 한국관을 만들었으며 그 내부에 우리 토산품과 휴버트 보스가 유채로 그린 황제의 전신상을 전시했다고 ‘고종 실록’ 및 고종 황제를 연구하는 사가들의 논문을 통해 발표되고 있다. 그런가 하면 고종 황제께서는 우리 공예품들의 낙후성을 통감하고 1907년 서울 이화동에 관립공업전습소를 설립하여 후진 양성과 민족공예 진흥을 위해 많은 애를 쓰신 것으로 기록돼 있다.

필자는 2000년 9월 프랑스 파리 한국문화원에서 한국 전통공예 특별전을 개최한 것을 계기로 2000년 11월 디종 등지에서 ‘한국을 주빈국으로 한 국제박람회’에 초청받았다. 지난 5년여 동안 본인이 공예인들과 함께 프랑스 및 유럽지역을 순회전시하면서 시라크 프랑스 대통령과 장피에르 라파랭 총리, 베르트랑 들라노에 파리 시장을 비롯해 수많은 내빈들의 환대를 받았다. 그러나 우리 대통령은 물론 국무총리, 관련 부처 장관 등 그 어느 누구로부터도 고종 황제께서 관심 갖고 물어주셨던 내용들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는 이들은 없었다. 경제 우선 주의 시대에 세계 일류 국가가 되는 데 공예문화는 돈벌이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해서일까? 우리 민족공예의 해외 진출에 대하여 너무나 무관심해 안타까울 뿐이다.

그동안 유럽에서 전시, 판매를 하면서 가장 인기가 좋았던 것은 여러 가지 고운 색깔들을 알콩달콩 버무려 만든 골무와 담백한 미를 담은 한지(韓紙)다. 특히 “어떻게 조개껍데기를 이토록 오묘하게 갈고 닦아 자개 보석함을 만들 수 있느냐”고 수차례씩 반복해서 되묻던 아랍인들은 잊을 수가 없다.

문화예술의 선진국, 21세기를 주도하겠다는 유럽인들은 우리의 징, 종, 합죽선, 조각보, 자개손거울, 풍속화가 드리워진 손지갑, 동전지갑, 매듭, 도자기, 받침대, 음악이 나오는 보석함 등을 그리도 좋아하는데 아쉽게도 우리네 공예 관련 학교에선 낙후된 예술이라고 뒷전에 밀어놓고 가르치려 들지 않으니….

이번 2005 파리국제박람회에서 공예문화 차원이 아닌 공예산업 차원의 많은 실적을 쌓을 수 있게끔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관계기관으로부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받았다. 이는 분명 100년 전 고종 황제께서 이루지 못한 꿈을 다시 한번 이룰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오늘도 우리 민족 공예 문화를 어떠한 방법으로 유럽에 가지고 가야 되는지에 대해 계속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경향신문[화요칼럼] <이칠용/한국공예예술가협회 회장·객원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