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성의 보장과 공공예술에 대한 인식의 확산

자율성의 보장과 공공예술에 대한 인식의 확산
◆◆◆◆◆자율성의 보장과 공공예술에 대한 인식의 확산◆◆◆◆◆
환경조형물을 공적 예술활동의 하나로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비단 작가뿐만 아니라 건축주, 건축가, 문화행정 담당자, 주민 등 많은 사람들의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 중에서 창작의 입장에 선 작가들이 환경조형물을 단지 환경장식물로서가 아니라 공공미술로 받아들이기 위한 자세가 필요함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 시점에서 환경조형물의 관행에 대한 반성과 바람직한 공공미술을 위한 이념의 정립이란 맥락에서 한 평론가의 지적은 경청할 만하다.
우리를 압도하는 대부분의 공공미술품들은 단지 작가주의에 기초한 사적인 예술작품, 즉 갤러리나 아틀리에 작품들로서 다만 그 놓인 장소가 광장이나 로비 같은 어떤 공공적 구조공간일 뿐이다. 이 작품이 전통적으로 놓이는 방식과 그 대형작품으로서의 규모(때로는 지나치게 큰 규모일 경우가 있다)가 부지중 우리로 하여금 그 내용이 공공적이라고 기대하거나, 또는 단순히 큰 규모라는 의미와는 다른 의미로서 '기념비적'이라고 기대한다. 그것은 우리 자신의 습관적인 착각일 뿐이다.[11]

현행 건축물부설 문화예술 장식품 관련 법령이 애초의 취지와는 달리 건축물의 허가와 준공을 규제하거나 환경예술이란 이름 아래 고답적이고 권위적인 미술품을 도시공간 속에 단순이식시키는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했다고 할지라도 그것을 폐지한다거나 혹은 또 다른 법령을 제정한다는 것은 문제해결의 올바른 실마리가 될 수 없을 것이다. 새로운 규정의 제정은 그것이 아무리 합리적인 것이라고 할지라도 새로운 규제로 작용할 소지가 클 것이므로 규제완화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점증하는 추세에 맞춰 오히려 강제적 조항을 완화하는 방향으로 법령을 개정하는 것이 타당하리라고 본다. 법령에 의하거나 행정적인 간섭이나 규제가 환경조형물의 온갖 문제를 푸는 열쇠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환경조형물의 설치와 관련한 행정규제 뿐만 아니라 건축주나 기타 다른 외부적 작용에 의한 간섭과 규제는 배제되어야 하며 그 자율성은 전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 다만 현행 제도는 도시환경과 조화를 이루는 공공미술에 대한 시민사회적 요청을 수렴한다기보다 소극적인 차원에

서의 환경미화나 혹은 조형물의 설치를 통해 도시를 미학화한다는 전제의 확인에만 그치는

한계가 있으므로 환경조형물에 대한 편협한 인식의 개선을 위한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선

행될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 환경조형물을 제작하는 작가와 건축가, 환경공학자, 도시계

획가, 조경전문가, 시민단체 등이 논쟁과 합의를 통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자율

적 조정의 기회를 많이 확보할 필요가 있다. 이때 자율성과 공공성이란 개념은 상호대립·충

돌할 수 있는 모순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인데 바야흐로 시민문화에 대한 인식이 발

아하고 있으므로 환경조형물을 공공예술의 차원으로 끌어올릴 수 있는 공개된 논의의 장이

많이 마련된다면 기왕에 지출되는 1%의 장식비를 단지 통과절차로 보거나 사유재산의 연

장으로 파악하여 브로커의 난행을 부추겨온 관행을 불식시킬 수 있을 것이다.

■ 미주

1) 이주연,「공공의 작품으로 '꽃이 피도록' 그대로 두어라」《미술세계》, 1999년 8월호,
p.33.

2) 앞의 글, p.34.

3) Andrew Causey,『Sculpture Since 1945』, Oxford Univ. Press, 1998, 216.

4) 김수기,「환경미술과 문화적 개입으로서의 공공성」《가나아트》1996년 7·8월호,
p.108.

5) Douglas Crimp, 『On the Museum's Ruins』The MIT Press, 1993, p.154.

6) Andrew Causey, 앞의 책, p. 216.

7) 문화체육부,『전국환경조형물 현황』, 1993.12.(안인기,「환경조형물 무엇이 문제인

가?」,《월간미술》, 1996년 7월호, p.60에서 재인용)

8) 조은정,「1퍼센트법, 도시환경을 위한 권리」,《가나아트》, 1997년 9월호, pp.62-63.

9) 1997년 11월 16일자 경향신문 한윤정 기자의 기사 참고.

10) 편집부,「설문, 1%법의 문제점과 그 대안」,《가나아트》, 1997년 9월호, pp.52-60.

11) 성완경,「공공미술과 대중참여-새로운 시민사회적 공공미술을 위한 노트」, 《가나아

트》 1996년 7·8월호, p.98.

출처 http://members.tripod.lycos.co.kr/ctman/ 최태만교수 홈페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