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직한 공공미술의 요청

바람직한 공공미술의 요청
◆◆◆◆◆바람직한 공공미술의 요청◆◆◆◆◆

문제가 이 지경이니 1%법의 폐지론이 설득력을 지닌다는 주장도 과장은 아닐 것이다. 그

런 만큼 환경조형물의 효용과 남용에 대한 논의는 보다 실질적인 차원에서의 조사와 연구

를 요구하는 부분이라 하겠다. 그러나 1%법의 존립을 주장하는 의견 역시 만만찮은데 그

들의 의견은 그나마 1%법이 회색 콘크리트로 이루어진 살벌한 도시를 미적·문화적 공간으

로 바꾸는데 어느 정도 기여했으므로 작가들이 대형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

는 것보다 운영상의 모순을 극복하면 지금까지 드러난 문제를 지양할 수 있다는 것으로 집

결된다. 사실 사유재산권을 보장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정한 규모의 건축물을 건립할

때 준공허가를 받기 위해 건축비의 1%를 예술작품으로 장식해야 한다는 조항은 사적 재산

의 부분적인 공공화란 차원에서 없는 것보다는 훨씬 바람직한 제도임에 분명하다. 그럼에

도 지금까지 관행처럼 이루어진 작품가액의 담합을 통한 덤핑식 발주나 독점에 가까운 특

정작가의 전횡, 한 작가의 작품을 규모만 확대하여 세워놓음으로써 주변의 환경과 오히려

부조화현상을 야기하는가 하면 보행자의 동선을 가로막는 위치를 점유하여 오히려 해당 지

역의 공공성을 침해한다거나 단지 법이 정해놓은 대로 구색만 갖춘 옹색하고 왜소한 작품

이 건축물 모퉁이에 있는 둥 없는 둥 설치되는 등 그 폐해 또한 컸다는 점을 반성할 필요

가 있다. 그나마 합리성·형평성을 내세워 구성된 각종 심의위원회조차 이해관계를 공유하는

작가들로 구성되거나 혹은 도시공학자, 건축가, 조경전문가 등의 관련 전문가를 배제한 비

전문가들과 작가들이 결합된 형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바람직한 결과를 기대하기 어려움

이 있기는 마찬가지이다. 특히 단발적인 위원회를 통해 작품을 선정할 경우 작품의 질적

가치에 대한 평가는 직관에 의존하여 이루어질 뿐만 아니라 작품과 주변공간과의 조화는

물론 그것의 문화적 맥락에 대한 세심한 고려의 시간적 여유도 없는 가운데 주관적 판단에

의존하여 결정하는 것이 관행처럼 적용되고 있으며, 사후 책임문제도 불투명하므로 이 또

한 좋은 제도라고 할 수 없으며 그 결과는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환경조형물과 관련한 이

런 문제가 계속 누적될 경우 몇몇 미술이론가들이 예견했던 것처럼 언젠가는 도시환경의

정비를 위해 작품의 설치가 아니라 철거에 대해 고민해야 할 때가 올 것이란 위기의식까지

불러일으킬 지경이다. 따라서 쾌적한 도시환경의 조성과 각 지역이나 건물마다 특징 있는

공간을 창출하기 위해 일률적으로 적용되던 1%법을 개정하거나 완화하여 굳이 환경조형물

의 설치가 필요하지 않거나 혹은 부적합한 지역은 조경이나 다른 예술장식품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제도화하거나 혹은 1%법에 해당하되 규모가 크지 않고 주변에 환경조형물을 설

치하기 까다로운 빌딩의 경우 주변의 신축 건물주와 협의하여 일정한 자투리 공간을 확보,

과거에 조성했던 쌈지공원과 같은 조그만 휴식공간을 만드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지 않

을까 한다. 결론적으로 건축주든 환경조각을 맡은 작가든 다같이 환경조형물은 공공자산이

란 인식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설문조사나 지금껏 저널리즘이나 연구조사를 통해 제시

된 대안 이상의 뾰족한 방안을 갖고 있지 못한 필자로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환경조각 더

나아가 환경조형물의 문제가 어떤 일방의 책임으로 돌려질 문제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것과 관련된 모든 사람들이 환경조형물은 특정작가나 건축주의 사적 소유물이 아니라 공

공자산이란 인식을 확고하게 가지는 것으로부터 문제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는 사실

을 확인해두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