팜플렛 전시서평이나 월간잡지의 전시리뷰들..

글 장난인가? 언어의 유희인가?

예술이란 무엇인가? 많은 비평가들은 비판 당하지 않을 법한 평론만을 강구하고 변화하지 않을 진실만을 탐구하며 허공에나 있을법한 문자들만을 나열하여 왔다. 미술 생산자들은 사회와 정치와는 무관한듯 이름 좋은 선비자적 자세에서 자신의 심미관을 뜯어보고 헤치며 `자연미의 탐구'라는 거창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여 삶의 REALITY를 생각하지 않는 작품만을 만들어온 것이다.
미술생산자의 서문이 가지는 힘은 그 글이 얼마나 진술되게 형상성을 파악하고 형상언어를 얼마나 발전적 상황으로 바라보았는지에 따라 작가의 다음 작품에 삽입되는 상황이 달라지느냐에 있다.
하지만 어느 서문 작성자가(일반적으로 작가의 친지나 동료가 아닌 대학교수나 갤러리 큐레이트가 작성할 경우를 얘기한다) 미술생산자의 전시 명분을 위한다거나 좋은 글만을 위한 작성이라면 아주 심각한 문제에 도달할 경우가 생긴다. 당사자의 만족을 위한 긍정적인 글의 출발이 오히려 많은 부정적 영향으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하지 않는데 있다.
특히 예술같지 않은 개인적 암호나 작품표현에 대한 혹사로 `소통'이라는 의미와는 별개의 것인 예술적 허구가 사회로부터의 괴리를 낳고 괴리자체가 예술이라고 우길 수 있는 명분이 만들어진다는 것은 양비론이나 흑백의 동시인정, 현재에 안주하려는 자가당착(自家撞着)적 의식과 조형예술의 왜곡에서 출발하는 것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예술의 형상성에 대한 몰이해를 가진 사람도 약간의 미사어구(美辭麗句)와 약간의 사회 과학적 지식이 첨가되면 훌륭한 미술품의 비평이 되는 줄 착각하고 있다.
문자언어와 형상언어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인식하지 못한 채 형상언어 해독의 무능력을 뒤로 감춘 무책임한 전시서평이 판을 치는 것이다.
이들의 특징적인 요소는 미술품이 갖는 미학적 관점이나 사회성과 역사성에 대한 고찰, 내재된 정신사적인 문제, 작가의 의식적 조형성 등의 문제는 나타내지도 못하면서 재료가 갖는 특질적 요소와 표현법, 작가의 인생관이나 주관적인 해석등을 부각시켜 예술의 본연적 사회성을 무시하거나 외면해버리는 관념적 해석에 그쳐 `言語의 유희'가 되고 있다. 평론(비평-criticism<사전적 의미로 비난,흠집 잡기>-)은 어디가고 관념적 권위주의 발상 같은 치하의 말씀이나 기원같은 그저 옳다는 말씀들을 구구 절절히 나열하는 월간지의 전시리뷰나 팜플렛의 전시서문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오늘에 있어서는 예술의 행위나 형상성에 관해서 만큼은 얘기할 수 없는 시대를 살고 있는 것 같다.
예술을 한다고 한참 잘들 나가고 있는 젊은 미술 학도들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것이지만 자기가 가지고 있는 짧은 지식이 예술의 전부인냥 관념의 세분화로써 자기 만족적 상황에 매몰되어 헤어 날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

아주 단순하게 순수도자를 할 것인가 아니면 공예도자를 할 것인가 하는 허울(형식)에만 매달려 예술이 가지고 있는 미적 본질을 탐구하려는 생각조차 하지 않는 현실적 문제가 가장 크게 우리의 심미관을 가로 막고 있다.
현실에 순응하거나 아니면 아주 보편 타당한 예술의 심미관 안에서 결국 예술의 창작이나 새로운 대안을 제시하고 있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작품 가득한 암호적 형상 언어만을 구사하는 것이 예술의 전부인냥 하는 것들이 문제가 되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어디에서부터 출발하였는가? 도자예술의 형식과 내용이라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

공예가들이 모이면 결론은 언제나 사회구조의 문제이거나 기성세대의 문제라고 하면서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고 소리 높인다.

비단 전시서문에 등장하는 문제만을 가지고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작 필요한 작품의 논의는 웬만해서는 일어나지 않는다. 서로가 서로를 너무나 존중하고 인격을 지나치게 높이 사서인지는 모르지만 남들의 작품에 대해 서로가 언급을 회피하며 산다. 그저 새로운 것만을 찾아 헤매는 부랑아들과도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새로운 것에 대한 환상만으로 개인이 가지는 욕구 분출의 탈출구인냥 현실에 대한 환멸과 자본주의의 횡포, 속물 근성들을 증오하며 합리성이 포기 되어온, 현 사회의 억압속에서도 자기를 지키는 수단은 오로지 모르는 척 외면하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예술은 순수한 정신적 가치를 창달하는 것 ,일종의 성직자와 같은 사회로부터의 자기소외를 마구 주장한다. 도자물의 특성조차 죽어버린 마구잡이로 쌓아올린 흙덩이가 구워지면 도자예술이 되는가?
공예적으로 다룰 줄 아는 기본 재료의 이해없이 미사어구를 사용하여 무엇이나 도자예술(도예)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예술을 위한 예술은 이미 예술이 되어 버렸다. 반항과 경멸을 일삼으면서 무기력을 강조한 나름대로의 자족도 아직 예술로 남아 있다. 예술이 아닌 것을 알 수 있는 방법은 비평에 대한 새로운 사실을 깨닫는 길 뿐이다.
거창하게 비평은 이러하여야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예술과 함께 공생하면서 비난하고 힐책하고 변화하고 발전하는 `책임있는 글'이나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예술에 대한 책임과 영향이 지대한 사실을 인식하면서 도자에 대한 글을 쓰고 맡기고 작업에 몰두할 때 우리의 도자예술의 구조와 정체성도 바르게 정립될 것이다
-제3도예 에서.. 이재삼

-1995년 전시서평과 주례비평-박정수의 글 "일부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