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세계도자기엑스포 무얼 남겼나? - 상혼에 물든 도자기 잔치

"집안 잔치"로... -판매용품만.. 문화체험 기회 적어..

80일간의 대장정 끝에 28일 막을 내린 "2001세계도자기엑스포"는 국내 도자문화의 지역성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도자기 문화를 대중 속에 인식시키게 하는 계기는 된 것 같다.
그러나 수도권 인근의 지방에서 열리는 세계적 국제행사로 보기에는 드러난 운영상 미숙함이나 외국인 관람객이 적었던 점 등 기대에 못 미치는 점들이 있어 안타까웠다.

신문, 잡지상에 발표로 보면 (광주행사장:140만명예상, 이천행사장:300만명예상, 여주행사장:150만명예상)조직위 말대로 500만명을 유치목표로 한 행사에 600만명 가까운 인원이 집계되었다니.. 높은 성과 운운하며 성공적인 행사였다고 한다.
그러나 예상 방문객 수만 채워졌다고 성공한 행사인가? 더구나 분산된 3곳의 행사장을 각기 합산함으로서 성과를 과대 홍보하기 위한 집계에 불과하다. 미취학 아동과 65세이상 노인, 장애인 등 무료 입장객이 전체의 40%인 2백36만명을 차지, 2곳 이상의 복수 관람객까지 감안한다면 관람객 수 만큼 입장료 수입을 올리지는 못했다.
당초 외국인 관람객을 60만명으로 잡았다가 뒤늦게 20만명으로 낮추는 등 혼선을 빚었다. 행사장을 찾은 외국인 관람객은 21만명. 이 숫자도 대부분 국내에 체류중인 주한 미군 , 산업연수생 등이어서 순수 외국인 관람객은 훨씬 적어 '집안잔치'라는 소리를 들었다.

더구나 광주비엔날레에서도 그랬듯이 평일임에도 관람객 유치경쟁에 한 몫하는 유치원과 초등학생 등 방문자수 늘리기에 급급한 단체관람이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그러다보니 단체 학생들과 함께 유리와 도자기도 구분해 볼 틈도 없이 단체 관광객들 틈에 끼어 차분한 감상은 커녕 떠밀려 다니기 일수였다.
특히, 유치원생들을 통제하는 소음은... 넓은 전시장 밖은 도자와 상관없는 경품행사에 오락실까지.. 눈요기감 이벤트가 판치는 유원지같은 행사장이랄까.

그러니 멀찌감지 떨어져 비슷 비슷한 도자기 형태만 처다 보며 지나 다니다, 행여 만져서 깨질래라 단속하기에만 바쁜 안내원의 눈살에 일반 관람객들은 결국 쫒겨 나와 아이들이 적은 판매업체 부스들이나 관람?하고 가야할 판이었다. 또 판매용 상품들이 대부분인 비슷한 행사를 광주, 이천, 여주, 등 세곳에서 분산 개최함으로써 행사의 집중도를 떨어뜨렸고 관람객들에게 불편을 주었다는 지적도 많이받았다.

조직위 측은 광주, 이천, 여주, 행사장 주변식당과 도자기 판매업소 등에 1조원이 넘는 경제적 파급효과와 3만 9천명의 고용효과를 거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러나 해외 관광객은 커녕, 중국 주석일행이나 일본 지역대표 몇 명에, 행사관련 참가자들의 끼리잔치속에 국내 경제가 침제한 불경기의 여파까지 있는데(불행하게도 미국의 테러까지..) 조직위의 투자비 회수와 맞물린 입점업체의 비싼 부스 임대 비용의 정산 등 과연 그럴까?

조직위 관계자는 "여러나라 국보급 보물과 세계적 도예인들의 작품 3천2백여점을 한자리에 전시해 전문가?들에게서 극찬을 받았다"고 하는데..
사실대로 본다면, 도예가로서 본관 전시의 세계도자문명을 읽을 수 있는 기획전시들은 나름대로 볼 만했다고 한다. 또 출품은 저조했지만 여주의 생활도자공모전과 우리나라에서 주최가 처음인 "세계도예공모전"은 참신한 의미가 있다.
그러나 "IAC회원전", " NCECA회원전", "한국현대도예가회" 등 정기회원전, 지상전 등 이미 알려진 전시는 무료로 초대해도 관람자의 관심밖일텐데 이를 주행사장에 유치해 놓고는 돈내고 보라니 솔직히 아까웠다.
또 순수한 도예가는 전국에 얼마나 많은가? 국제 도자비엔날레니 세계도자엑스포 운운하면서도 세계수준은 고사하고 서울과 여타지역도 배척한 마당에, 서울의 한 단체 정기 회원전을 유치하고는 "한국현대도예전"이라고 소개했으니 국내 도예인들은 물론이고 외국인들이 보기에 어땠을까?
이 나라에 도예관련 단체전이 얼마나 많은데 모두 무시된 마당에 특정 단체만 "한국의 현대도예"란 말인가?
(그들이 볼 때 언급된 3곳 모두 가입된 작가는 대단?해 보였을 것이다. 유구한 반만년 역사의 한국에는 전통도예의 사적 가치와 전승도예만 있고.. 현대?도예가는 거의 없는 줄 알테니까.. 그리고 그들의 "100년 된 도예사"에 빛나는 또 하나의 아류만 보았을테니.. ㅠㅠ)

또 한가지 볼거리로 도예센터나 행사장에 환경조형물이라고는 진입로에 도자조형물1~2점,파타일 시멘트 조각물 서너점에 불과하다. 그런데 공원조성에 "환경도예가회"나 "도예가" 대신에 타 장르의 조각가들에게는 수십억원의 돈들여 만든 공모작품으로 공터에 널려놓은 곳을 [도자기엑스포 조각공원]이라니..ㅠㅠ
1년전 "엑스포 유감-역시 붕어빵에는 붕어가 없다"는 엑스포 준비 당시에 필자가 쓴 글과 다름없는 꼴이다. 그리고 힘든 구경에 우왕좌왕 혼란만 부추기는 곰방대 특수 영상이니 타임캡슐 등 볼거리 이벤트에만 너무 치중되어 있었다.
또 각 행사장에서 열린 국·내외 유명?도예가들이 참여한 워크숍 행사나 세미나에 도예인은 물론이고 도예전공 학생들의 관람, 참여가 거의 없었다는 것은 이번 행사에서 또 하나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외국작가들 불러들여 놓고, 여기서도 돈을(참가 신청비) 요구했으니.. 장삿속에 나부터도 살 떨려서..)
전시관을 나와 거리에서 퍼레이드를 보면 도자기와 아무 상관없이 의자하나 달랑 갖다 놓고 벌이는 중국 서커스나 사이버 인간들, 러시아 민속공연? 국적불명의 춤판에 컴퓨터가 나오고 전자오락 등 떠들석한 이벤트는 행사장의 볼거리로만 여겨 어린 학생들이나 외국인에게는우리문화마저 왜곡될 판이었다.

특히 학생과 외국인들이 도자기를 직접 체험해 볼 수 있는 내가 만든 도자기, 토야 만들기, 도자 페인팅은 기본적인 문화체험이라기 보다는 (돈 내고 하는 체험이란..) 형식적 상술로 전락하였고, 그것도 순진한 학생들과 어린이에게는 굉장히 고가로 비쳤을 것이다.

이번 엑스포는 세계속에 우리 도자문화의 위상을 자리 매김했고 고유문화도 아이템이나 아이디어만 좋으면 훌륭한 관광산업으로 개발할 수 있다는 점을 확인시켜 주었다고 했는데..
실제로 수도권에 가까워서 관람객이 제일 많았다는 이천행사장의 경우, 지역상품이라고 어느 집에나 있는 특징없는 청,백자류 그릇, 술잔, 휴대전화줄, 목걸이, 반지같은 소품류가 대부분이다. 분명 어딘가 멋진 도자기들이 전시돼 있을 것으로 기대하지만 처음 온 사람이 몇 바뀌만 돌아도 디자인이 모두 같다는 것도 금방 알 수 있다.
그것도 모자라 도자기와 상관없는 종이인형전이나 테마별 행사장에 들어가면 여러 가지 도자기를 볼 수 있으리라 생각했으나.. 판매용 상품들이 대부분이다.
이렇게 판촉 행사장과 비슷하다면 차라리 소비자를 끌어 들이기 위해 "경품"을 걸었어야지.. 주차비에 관람용 입장표는 왜 팔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또한 이천 행사장의 일본관을 비롯한 몇몇 전시부스가 입점이 덜된 상태로 썰렁했으며, 비어있는 상태로운영되었다. 그리고 타 분야, 업체등이 들어와 피해를 보았다는 불만의 목소리 등이 지적되기도 했다

2년반의 준비기간에 본관 건물로 각 행사장마다 주된 영구시설물인 이천의 세계도자센타, 여주의 생활도자관, 광주의 조선관요박물관을 지었고 건물주변에 도자와는 상관없는 별개?의 조각공원이며 관리사무실이 몇 개 남게된다. 그리고 나머지 지역업체의 상품판매용 임대 부스가 대부분을 차기하는데 이러한 임시 가설물은 폐막 후 모두 철거된다고 한다.
이미 쏟아 부은 일천억원의 남은 시설물이 아깝지 않도록 지역별 특성을 살려 이러한 행사장의 활용방안이라도 나와서 바르게 운영 되었으면 한다.
이천의 세계도자센터는 2년마다. 한번씩 개최하는 비엔날레 행사의 주 무대로 사용하고 , 광주의 조선관요 박물관은 유물 및 자료의 조사 연구 장소와 문화학교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여주의 생활도자관은 산업도예관, 생활도예관, 명품관 등으로 개조, 전시 판매 사업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하니 지켜 볼일이다.

이제 월드컵도 개최되고 우리문화를 알리는 행사들이 많이 열릴 것이다. 갈수록 많은 외국인 들이 우리문화에 관심을 갖기 시작하는데, 이러한 상혼에 찌든 상업적 수준을 떠나 우리의 문화를 체험하고 기억에 오래 남을 수 있는 문화행사를 만들고 또 관람객으로 볼 수 있었으면 한다.

2001년 10월, 도자기엑스포 관람객?으로 참관한 후..
글:이재삼(제3도예 대표/도예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