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대학 도예교육 어떻게 변해왔나?

글: 박순관(도예가)

1. 도예 전공자들의 활동은 어떻게 전개되어 왔는가.
2.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하여.
3. 대학교육에서의 미흡한 점들.
4. 변화하는 도예계.
5. 준비해야 할 일들

공예분야에서는 원래 장인의 밑에서 일을 하면서 습득되는 세습되는 교육에 의하여 기술이 전해져 내려왔다. 모든 기술과 이론은 끊임없이 반복되는 일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익혀지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해방 후부터 대학에서는 기술보다는 이론을, 한국적인 것보다는 서양적인 것을 주로 가르쳤다. 취업분야가 적어서 교수의 길을 가는것이 큰 목표 중 하나가 되었으며,그렇지 않으면 작품이나 생활 자기를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전공을 살려서 같은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은 아마도 20퍼센트를 넘지 않을 것이다. 이는 다른 전공자들에 비하여 낮은 비율이며, 경제가 어려워진 요즘에는 전보다 비율이 낮아졌다. 대학에서 힘들게 배워 온 도예의 기술과 이론은 도예 이외의 다른 분야에는 마땅이 적용되는 곳이 없는것이 공예의 특성이다. 그리고 대학에서의 교육이 취업보다는-공예의 본질에서 벗어난 조형적인 작품에 중점을 두는 등, 순수예술 작가 지향적으로 진행된 것도 전공자의 활동을 미약하게 만들었다. 전국적으로 1년에1만명 이상의 공예 전공자들이 졸업하고 있는데, 사회에서는 한해에 1만명의 예술가를 필요로 하고 있지는 않다.
40여 년 동안 지속되어 온 이러한 일들이 짧은시간 동안에 고쳐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누구를 탓할 일도 아니며, 그렇다고 공예분야에는 암담한 미래만 있는 것도 아니다. 이후로도 도예전공들은 늘어날것이기 때문에 우리 스스로가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할 것이다. 교육자들은 이 분야의 미래를 위한 교육을 계획하고,학생들은 어떻게 미래에 대비할 것인지를 살펴봄으로써 문화시대,그리고 삶의 질이 우선되는 미래사회에서의 생존전략을 세워보아야 한다.

2. 해방 후부터 지금까지의 활동에 대하여..

60 년대의 도예가들은 미술전공자, 혹은 비전공자들이 외국의 조류를 따르거나 유학을 통하여 도예에 입문함으로 대개 여러대학에서 교편을 잡게 되었다.70년대에는 요업공예과나 도예과가 생겼지만 대부분은 공예관련 학과에서 일부 도예를 가르쳤으므로 전공자의 수는 그다지 많지 않았다. 그들의 대부분은 진학과 작업하면서 교수가 되거나 산업도자기 회사들의 증설과 호황을 계기로 디자인실과 실험실 쪽으로 취업하게 되었다. 그 당시 전통도예는 이천과 여주를 중심으로 활기를 띠면서 70년대 말에는 전성기를 맞아, 공방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이에 따른 많은 기술자들을 원하였으나 도예전공자들의 이 방면으로의 진출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전통과 현대는 동질성을 갖지 못하고 반복하고 대립되는 흐름으로 진전되기도 했다. 그러한 중에서도 신상호와 윤광조는 현대도예 작가로서 성공적으로 성장했다. 80대는에는 0.5루베 이하의 작은 가마들이 보급되면서 개인작업실이 늘어났다. 지방대학에서도 전공자들이 늘어났다. 국전외에도 신문사 공모전이나 미술단체의 공모전등이 늘어나면서 도예인들의 활동범위도 넓어져 갔다. 경제적으로는 폭발적인 성장과 함께 미술품이나 골동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이 늘어났다. 또한 아파트의 증가로 도예작품과 소품의 수요가 늘어나면서 공방을 연 도예가들은 쉽게 작품의 판로를 찾을 수 있었다. 남대문 상가,강남 고속버스 터미널 지하상가에는 규모가 큰 도자기 판매상들이 들어서 약간의 작품과 생활 도자기 도매업체로 자리잡았다.또한,공예품 체인점인,예인공방,까사미아,마론핸즈,등이 생기고 인사동에는 예당을 시작으로 토도랑이 도예 전문 화랑으로 문을 열면서 도예 발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했다. 전공자들의 수는 늘고 대학원으로의 진학과 유학은 증가했지만 여전히 취업문제는 제한적이었다. 88 서울올림픽 이후로는 특히 국내적인 교류가 늘어났고, 미국의 조형 작업에 대한 관심은 날로 커져갔으며, 산업도자기에 대한 교육이 강화되었다. 특히 사회적으로는 지방 자치제 이후 각 지방의 문화재나 도예제 행사가 열리면서 도자기에 대한 흥보와 대규모의 판매 기회가 많아졌으며, 전통 도예와 현대 도예가 하나가 되는 계기도 있었다. 또한 문화센터와 사회교육원에서의 강습이 늘어나면서 전국적으로 도예강사의 수요도 많아졌다. 이토록 전공자들의 활동 범위가 늘어나면서 미술관이나 화랑에 큐레이터, 잡지기자,도예재료상,폔시업계 등의 다양한 진출도 있었다. 차 문화보급과 외식산업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차 도구와 수제 식기들의 수요가 증가했는데, 이는 조형작업 중심으로부터 생활용기의 중요성이 대두되는 특기할만한 변화를 가져온 일이었다.

3. 대학 교육에서의 미흡한 점들
이렇듯 해방이후로 전공자들의 활동은 한마디로 교수가 되거나 작업을 하는 것이었다. 취업을 원하는 사람들은 많았지만 한번도 취업의 문이 넓었던 때는 없었으니 전공을 살리지 못하면 다른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토록 심각한 현실을 한탄하거나 그것을 타개하기 위한 운동은 학교측이나 동문회 이름으로나 그 어떤 노력을 해 본 일은 없었다. 어차피 도자기를 만드는 일은 예술이고, '예술은 항상 배고프다'는 식의 상식 아닌 상식으로 일관해왔다. 그리고는 일품공예의 예술가를 키우는 데에 비중을 두고 작품을 만드는데 치중했다. 그래서 졸업을 앞 둔 다른 분야의 학생들은 취업 준비에 여념이 없지만, 도예과에서는 오로지 졸업작품에만 매달려야만 했다 전문학교라는 2년제 대학도 크게 다를 바는 없었다. 교양과목과 공예기초 과목을 1년간 배우고 1년간은 졸작?을하기 위한 수업으로 일관하게 된다. 그 어떤 전문상을 갖출 여유가 없다. 졸업 후 일부는 4년제 대학으로 편입준비를 하거나, 아니면 여성의 경우에는 자격증을 이용하여 미술학원이나 유치원 교사직이라도 구하면 다행이다.도예과에 입학하기 전에는 미술학원을 차리기에는 실력이 미흡하고, 불합리한 입시제도 역시 여전해서 도예 입시생들을 위한 도예교습의 기회가 주어지는 것도 아니다.
도자기 회사에서는 요업공학이나 디자인 전공자를, 미술관에서는 미술사학이나 미술평론 전공자를, 심지어 도자미술관이나 옹기 민속박물관에서조차 도예과 출신들을 환영하는 분위기가 아니다. 회화나 디자인 전공자들이 컴퓨터를 잘 다루면 컴퓨터 그래픽이나 웹 디자이너로의 진출도 많지만 도예계에서는 그렇지도 않다. 또한 업체들에서는 외국어를 원하는데 거기에서도 도예 전공자들은 벽에 부딪치게 된다. 앞서와 같은 여러 가지 이유로 취업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거나, 대학에서의 교육에 길들여진 사고방식으로는 예술가가 되는 편?이 가장 좋을 것이다.
그래서 이 분야의 졸업생들은 웬만하면 작업을 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나 공동으로 공방을 차리는 경우가 있다.처음에는 작품을 만들면서 자유를 만끽하게 된다. 그러나 도예는 많은 경험을 필요로 하며, 필요한 것들이 무한이 많고, 계속적으로 경비의 지출이 늘어난다. 당장 어떤 것을 만들어 판매를 해서라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이겨 나가야 한다. 재학시절에 무었하나 확실하게 배우지 못한 것이 아쉽기만 하며, 공방을 차리기 전에 작업현장에서 실질적인 기술을 익히고, 마케팅에 대한 학습과 경험을 하지 못한 일을 후하게 된다. 80년대까지는 졸업 후,스승이나 선배의 작업장에서 무급으로 일하는 것을 영광으로 여기던 시절도 있었다. 학교보다도 현장에서 배우는 것이 독립적으로 성장하는 일에 도움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요즘에는 유급이어야만 하다는 식으로 시대가 변했다. 그러다 보니 도예처럼 복잡하고 어려운 일을 하는 것보다 좀 더 쉽고 대우가 좋은 다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마련이다. 결국 자신의 길인 전공분야의 일을 멀리하는 이율배반적인 현상이 나타난다. 예술작업도 돈을 벌어야 하지만 예술의 길이 얼마나 고귀한 것인지,인생을 자기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돈 앞에서 혼동하는 듯한 태도이다. 도예계가 타 분야에 비하여 열악한 것은 사실이지만 전공을 소홀히 하여 거기서 멀어지는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4. 변화하는 도예계
대학졸업 후에도 도예를 계속할 사람들에게 대학원 진학은 정해진 코스이고, 좀더 사정이 나으면 유학의 길을 택하게 된다. 이는 도예가로서 가장 안정적인 직업으로 여겨지고 있는 교수직을 가지기 위한 좋은 요건이기도 하지만 취업을 위해서라도 좀 더 나은 학력이 유리하기 때문이다. 작가인 동시에 교수가 되기를 기대하며 그저 학업을 계속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제는 고 학력자나 유학 출신자들이 많아져서 이제는 교수가 되는 일도 좁아졌다. 또한 몇 해 전부터는 도예에 있어서도 한 분야에 오랫동안 종사한 전문인이면 학력에 관계없이 교수가 될 수 있는 사회로 바뀌었다. 또한 학생들에게도 변화가 생겼다. 그 동안 대학 입학時 전공을 스스로 선택하지 않은 사례가 많아 전공 후에 제 길을 가는 경우가 적었는데, 이제는 대학입학을 위한 특례제도가 확산되어각 있다.도예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거나 ,도공으로서 가업을 계승하기위한 경우에는 특례입학의 기회를 주는 것으로,진정으로 도예를 할 사람이 도예의 길을 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것이다. 한편 80년대 후반부터 신문사에 의해 시작된 문화센터에서의 일반인에 대한 도예교육이 지방자치제 이후 전국적으로 확산되었으며, 각 대학에 설치된 사회교육원에서는 대학의 교수진과 시설을 이용하여 보다좋은 양질의 교육을 하게 되었다. 사회통념상으로 좋은 직업을 가지기 위해 전공을 떠났던 사람들도 이제는 자신의 재능을 살릴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개성과 경험을 살려 기성의 공예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학에서의 전공이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일에 얼마나 열정을 가지고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들 대부분은 거의 조형작업을 하지 않는 특성을 갖고 있는데 도예에 입문할 당시 공예의 본질에 매료되었기 때문이다.그들 중에는 작가로의 길을 가거나 공장을 경영하기도 하고 다도인이나 요리연구가들에게 더욱 유명해진 경우도 있고, 과학전공자 중에는흙과 불의 예술도 곧 과학이라는 신념으로 도예에 입문하여 새로운 흙을 개발하고 천목유, 결정유 등에 매달려 성공한 경우도 있다. 이제 도예계는 도예 전공자들만의 세계가 아니며, 예술가로서의 자존심만을 고집하는 것이 도예 문화를 대표한다는 생각도 버려야 한다.

5. 준비해야 할 일들

가장 중요한 점은 시대에 걸맞게 우리 도예계가 변신해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 시대를 맞아 전문인들은 물론, 동호인들의 관련 모임이 사이버 세계를 중심해서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으며, 이들 모임이 사이버 세계를 중심으로 해서 활발하게 생겨나고 있으며, 사회적인 압력단체로까지 성장하고 있다. 이런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 모임들은 기존의 도예계에서 결여되고 있었던 바람직한 캠폐인을 벌이기도 하고, 소규모의 관련 세미나의 개최는 물론 전문적인 수준의 저술이나 대중 및 전공자들을 위한 강좌용의 비디오 테이프를 만들어 서로 나누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도예계에서는 이런 활동이 거의 전무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사이버 시대의 일원인 우리 도예인들의 수치가 아닐 수 없다.90년대에 들어서는 도예 캠프나 각 대학 동아리의 접촉에 의해 젊은이들만의 도예 연구 그룹들이 많이 생겼다. 그들은 잠시뿐만 아니라 세미나를 여는 등의 활동을 보인다. 그들은 점차 컴퓨터 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하여 정보교환을 하며 도예계의 불합리한 현실을 걱정하고,미래를 위하여 토론하는 등의 긍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한국의 도예계는 아직도 할 일이 많다. 앞으로 다가올 문화관광의 시대를 맞아 도예에 대한 관심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도예전공자들이 도예계에만 있어서는 발전이 없다. 다양한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 찬란했던 도예의 역사로 인한 외국의 관심과 흥미는 날로 높아 가고 있으나 그들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 국내적으로 도예축제나 수많은 전시들이 있지만 모두가 획일적이어서 보다 새롭고 체계적인 프로그램도 필요하다. 도예 미술관이나 전문화랑,개인 수집가들이 늘어나야 도예가들이 마음 놓고 작업할 수 있으나 아직까지도 도예 전문화랑하나 없고 도예 평론가도 없는 실정이다. 큐레이터,박물관 연구원,저술가,다도인,아동교육,장애인 교육, 테이블 세팅,복구 수리,포장,도구,디스플레이,등 도예만을 전문으로 하는 분야로도 도예전공자들이 더욱 다양하게 진출하여야만 한다. 이러한 활동을 위해서는 재학시절부터 많은 정보를 파악하고 자신이 가야 할 길을 좁혀 가면서 거기에 필요한 사항들을 차근차근 준비를 해야 할 것이다.

필자약력:1955년 경기도 거칠뫼 출생 1982년 단국대 도예과 졸업 84-98년 개인전6회,
1996년 독짓는 지은이(도예관련 글모음집) 1999년 국제 장작가마 회의 초대전 현,도예공방 "거칠뫼" 운영